난 완벽했어!
난 완벽했어!
  • 박명애 <수필가>
  • 승인 2011.03.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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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명애 <수필가>

블랙스완(Black Swan)은 흑조다. 네덜란드의 한 탐험가에 의해 호주에서 발견된 후 모든 백조가 희다고 믿었던 통념이 깨지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이후 '통념에 빠져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요즘 상영 중인 블랙스완>도 제목에 걸맞은 충격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 니나는 새롭게 각색된 백조의 호수>의 주연에 발탁되면서 연습하는 동안 불안한 환상에 시달리고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우아한 백조의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지만 순수하고 여린 그녀에게 사악하고 유혹적인 흑조의 연기는 무리였다. 빈틈없는 엄마의 품안에서 발레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녀에게 흑조의 관능적인 즉흥성은 아무리 노력해도 표현할 수 없는 한계의 세계다. 완벽한 흑조의 연기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던 그녀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되고 자신의 관능미와 해방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돌변한다.

"나는 완벽했어."라고 말하는 그녀의 엔딩 대사가 감동보다는 서늘한 두려움으로 남는 건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아주 짧은 순간 완벽함을 위하여 스스로 자신을 파괴한 그녀의 변화를 아름다운 예술의 승화로 봐야 할까. 아님 숨겨 있던 욕망과 광기의 표출로 봐야 할까

사실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 니나처럼 모두 완벽하기를 꿈꾼다. 늘 최고이고 싶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기란 참 어렵다. 나 역시 그런 완벽주의자로 살아오느라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고 싶어 완벽하게 참는 사이 삭이지 못하고 억눌린 감정들은 내면에서 용암처럼 끓는다.

요즘 수업시간에 발표하길 꺼려하는 아이들이나 글쓰기에 심한 부담감을 느끼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가만히 까닭을 물어보면 자신의 생각이 완벽할 거라는 확신이 서지 않아서란다. 완벽한 글을 써서 인정받고 싶다는 부담감은 다른 친구들이 글을 끝낼 시간까지도 첫 줄을 시작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그런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중요한 시험을 놓치고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내 아이가 완벽한 최고이기를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완벽을 추구하는 아이들은 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행복하지 못하다.

완벽하지 않고도 삶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내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일이다. 내게 맞는 목표를 정하고 자신을 신뢰하고 확신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블랙스완>은 개봉 전부터 주연을 맡은 여배우 나탈리포트만이 영화를 위해 하루에 8시간씩 10개월 동안 발레를 연습했다는 기사와 함께 영화 속 발레연기의 85%를 소화해낸 그녀의 혼신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요즘 그녀의 대역을 맡았던 발레리나가 발레 연기의 대부분이 대역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가십거리에 올랐다. 사실 우리 모두는 여배우가 1년 반 만에 발레리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발레가 아니어도 그녀의 연기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엔딩 대사처럼 완벽하고 싶었던 욕심이 너무 컸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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