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
  • 이근형 <포도원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1.03.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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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근형 <포도원교회 담임목사>

일본에서 당하는 고통을 옆에서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 정서들 중에는 차마 공공 언론의 장소에서는 할 수 없는 많은 부정적 감정들도 있을 수 있다.

여러 연예인들, 특히 일본인에게 '한류스타'라 구분지어진 인기인들이 줄을 지어 성금 대열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며 과연 한국인의 정감있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꼭 성금대열에 서 있지 않았다 해도 나름의 주관을 가지고 이번 일본의 불행에 어떤 형태로든 이웃나라인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의미있게 보여주려는 자세도 참 든든하게 여겨진다.

일테면, 평소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의 주관어린 소신 한마디가 그렇다. 그는 "전 국민적으로 과거사나 독도문제는 일단 뒤로 하고 인도적으로 우정을 나누고 있는 지금, 정말 처음 있는 따뜻한 날들이 아닌가 싶다"면서 "아마도 모두가 이번 일은 일본의 문제가 아닌 지구의 문제이며 한·일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마음이 무겁다.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그러나 이번 일에 아무리 마음이 아프고 보듬어 드린다 해도 이것과는 상관없이 독도나 동해 문제는 계속 치열하게 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일은 휴머니즘이고 독도는 팩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기부하지 않겠다"는 것. 그래도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금언처럼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동정적 정감과 민족적인 과거와 미래의 역사의 냉엄한 현실을 분리하여 생각하려는 의지 때문이다.

나는 나름대로 이번 일을 성경을 통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큰 피해를 준 이웃나라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그 나라가 큰 고통에 처해 있을 때 어떻게 하라고 말하는가 그리고 그간의 잘못된 관계는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고대 이스라엘은 북동쪽에 위치한 수리아로부터 온갖 수탈을 당해 오다가 결국은 그 민족에 의해 패망한 역사가 있다.

그 흔적으로 이스라엘의 중부지역인 사마리아라는 지역에 주둔한 수리아 군대가 많은 혼혈족을 남기게 되었다. 그 후 세월이 바뀌어 평온을 되찾은 이스라엘에는 새로운 지역특색이 생겼다. 순혈 유대인과 혼혈 사마리아인들 사이의 감정적 대립이 그것이었다. 일례로 순혈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주거지인 남부에서 북부 갈릴리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지름길인 중부 사마리아를 통과하기 싫어서 굳이 머나먼 동부의 지역으로 돌아다니는 불편을 택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두 지역 간의 사람들끼리는 마주치기조차 꺼려했던 골이 깊은 상처가 안겨 있었다. 그러니 사마리아인들이 바라보는 유대 순혈주의자들은 또 얼마나 오만하게 비쳐졌을까 그와 같은 배경을 기억하며 나는 지난주일 예배시간에 우리교회의 주보에 다음과 같은 호소문을 기재해 성도들이 동참하도록 했다.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사마리아인은 평소 유대인과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강도를 만나서 피 흘리며 쓰러져 신음 중에 있는 유대인을 보고 기꺼이 다가가서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소비해 가며 정성을 다해 돌보아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평소 그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어줄 것 같았던 제사장과 레위인(성전봉사자)이 그 앞을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고 난 후에 오히려 사마리아인의 헌신과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주는 감동이 더욱 크게 와 닿습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은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하시면서 우리자신이 고통 당하는 이웃 앞에 진정한 이웃이 되어 줄 것을 가르치셨습니다. 우리의 감정으로, 일본이라는 민족은 껄끄러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그들의 선한 이웃이 되어줄 때가 아니겠습니까 대재앙을 만난 이웃 일본을 돕기 위한 사랑의 헌금에 다같이 참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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