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 헬리코박터 감염(상)
소아의 헬리코박터 감염(상)
  • 이지혁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승인 2011.03.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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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감염후 수년~수십년 후 발생

이지혁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헬리코박터 균이란?

일반적으로 위 점막에는 강한 산성을 띄는 위액이 있기 때문에 세균이 살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83년 호주의 로빈 워렌과 배리 마샬이 사람의 위에서 최초로 나선형의 균을 배양하는 데 성공한 후 헬리코박터(Helicobacter pylori)의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감염돼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들은 2005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 헬리코박터 균은 어떻게 전염되나?

우리나라는 전 인구의 60~70% 정도가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돼 있어 매우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

감염의 경로는 대부분 소아기에 감염이 시작되며 가족 간의 감염과 같이 오랜 시간 같이 접촉하면서 사람 간의 입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어른들이 음식을 씹어서 아이에게 먹이는 습관 등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경제 상태나 생활 상태, 위생 상태가 나쁠수록 감염률은 높다. 소아의 감염률은 선진국의 경우 10세 정도까지 약 10%에서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추세다.

개발 도상국의 경우는 이보다 높아서 5세에 이미 80%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 되기도 했다.

이 균은 한번 감염되면 자연히 소실되는 경우는 드물고(1년에 1% 이내), 치료하지 않을 경우 평생 동안 만성 감염의 상태를 지속하게 되므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이 균의 유병률은 증가하게 된다.

◇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면 어떤 병이 생기나요?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환자의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후 수년 또는 십 수년간 만성 위염 상태가 진행되면서 일부 만성 위염, 위 십이지장 궤양을 일으키고, 위암이나 MALT 림프종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994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 균을 주요 발암인자로 규정했다.

한국인에서 헬리코박터는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95%, 위궤양 환자의 60~80%에서 발견되며 헬리코박터를 제균하면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된다.

또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소아에서는 이러한 질환들이 일반적으로 감염 후 수십 년이 지나서 발생하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흔하지는 않다.

하지만 감염이 되면 만성위염, 소화성 궤양과 점막관련림프조직 림프종이 발생할 수 있고, 드물지만 위축성 위염 및 장형화생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 한 연구에서는 실제로 소아에서 헬리코박터 균 감염 후 위축성 위염이 55%, 장형화생이 13% 관찰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또 철분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철 결핍성 빈혈이나 소아에서의 성장 저하도 헬리코박터 균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아에서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인 만성 재발성 복통 증후군은 이 균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한 이 균에 감염된 모든 사람에서 이런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적인 요인과 개인의 유전적 감수성 등 질환 발생의 취약성이 있는 경우에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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