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3월이면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1.03.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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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기숙사에 들어가는 큰아이의 입주 준비를 하다 보니 하루가 금방 가 버렸다. 미덥지 못한 마음에 걱정이 앞섰지만 이것저것 준비하며 들떠 지내는 아이가 내심 대견했다.

해마다 3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시작과 다짐의 시간을 갖는다. 작년에 성적이 시원찮았던 작은아이는 아이폰을 마다하고 일반폰으로 바꿨다. 거기에 친구들 주소록을 재정비하고 공부에 매진한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큰아이 친구는 수능성적이 좋지 않아 재수를 결정하며 내년에 좋은 성적으로 만나자며 핸드폰을 없앤다는 마지막 문자를 보내왔다. 올해도 신춘문예에 낙방한 지인은 내년을 기약했다. 또 다른 지인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며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대처하는 조언을 구해와 조그만 선물로 시작하는 아이를 축하했다.

3월이 있어 가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 또한 작심삼일이라고 신년에 세웠던 계획들이 흐지부지해져서 3월에 각오를 새로이 했다.

3월은 새로운 시작의 달이다. 새로운 계획과 만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난다. 살면서 시작하는 계기가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인 듯하다. 누구든 한결같은 삶의 패턴으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두기도 했을 것이고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새 삶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학비 부담으로 일을 찾는 사람도 있다. 뿐만 아니라 무료함을 달래려 자원봉사나 소일거리를 찾는 어르신들도 주위에 많다.

누구든 각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잘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지만 쉽지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것은 같은 무게가 아닐까 싶다.

용기 있는 사람들은 뒤늦은 나이에도 성공해서 귀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할랜드 샌더스는 65세에 KCF를 창업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맥도날드 또한 53세에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질레트도 48세에 창업해 면도기의 대명사가 됐다. 메리케이화장품의 메리케이 에쉬도 수년간 일했던 판매원 일을 접고 45세에 창업해 성공을 거뒀다. 물론 이들은 부단한 노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고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성공을 거뒀을 거라는 것을 안다.

우리 주위에서도 60이 넘은 나이에 대학에서 공부하고 90이 넘는 나이에도 어학공부에 도전한 사람들, 얼마 전 읽었던 서진규씨의 자서전에서도 많은 감동을 받았다. 평범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알면서도 쉬 용기를 못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의 예비학교를 보면서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예비학교가 있어 입학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때맞춰 텔레비전 다큐3일이란 프로에서 노량진 고시촌이야기를 다뤘다. 침대하나 책상하나, 창문도 없는 비좁은 방에서 미래의 꿈을 위해 모여드는 고시촌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추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끌며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꿈을 이루기를 바라며 책과 씨름하는 젊은이들을 보니 3월의 의미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짠한 마음으로 무한한 박수를 보냈다. 나 또한 재도약을 향한 다짐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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