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 무사 <91>
궁보 무사 <9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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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연하디 연한 그곳을 물어뜯어버려야지"

9. 오근장의 최후

‘설사 저 기름이 완전 헛짜요 남자의 정력 증강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판명이 날지라도 기왕에 명기로서 소개되어진 이상 나는 색을 밝히는 오근장 성주 잠자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거기서 만약에 일이 여의치 못하다면 놈의 연하디 연한 그곳을 내 입 안에 집어넣고 이빨로 콱 물어뜯어버려야지. 놈의 그것이 제 아무리 크고 단단하고 길다한들 내 입안에 들어오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 아니야. 비록 내가 놈을 죽이지는 못할망정 남녀간의 즐거움을 벌이거나 느낄 수가 없는 고자로 만들어놔서 그가 남아있는 여생 동안 땅을 치고 통곡하며 살아가게 해야지.아! 아! 아버지 어머니.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사랑하는 아들이 양지는 오늘밤 원수 오근장 놈에게 접근하여 아주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야 말 것이니. 그러고 나서 저는 두 분 계신 곳으로 웃으며 찾아갈 것이옵니다.

’양지는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이렇게 몇 번씩이나 속으로 중얼거려보며 가마 안에서 나와 여자 시종들이 안내하는 대로 천천히 따라갔다.

양지는 이 여자들이 자기를 목욕시켜줄 때, 다른 곳은 몰라도 아래 그 곳 후미진 구석 만큼은 절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보여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외견상으로야 양지의 그곳은 여자의 그곳처럼 밋밋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살짝 매만져보기만 하더라도 진짜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금방 들통 나 버릴 게 아닌가. 그러니까 저들이 굳이 그곳을 살펴보겠다거나 매만져 보겠다며 달려들면 한벌성 부용아씨가 가만히 일러줬던 계교대로, ‘야! 너희들이 내 그곳을 함부로 쳐다봐서 눈독이 오르거나 아무렇게나 매만져가지고 손가락 독이 걸려버려 명기로서의 내 가치가 손상되어진다면 책임질래? 도대체 너희들 모가지가 몇 개씩이나 된다고 감히 이런 건방을 떠는 거야?’하면서 악을 바락바락 써가며 버틸 작정이었다.

창리가 죽지유(竹脂油) 기름주머니를 옆구리에 낀 채 장수 두릉을 데리고 함께 찾아간 곳은 팔결성내 식량 창고가 있는 어느 후미진 구석이었다.

그곳은 주위 사방이 커다란 벽으로 가로 막혀져 있어서 한 낮에도 빛줄기 하나 스며들지 못해 피차간에 안면 식별이 어려울 만큼 항상 어두컴컴하였다.

“쉬잇! 가만히 있게나. 지형 조건으로 대강 살펴보건대 이곳에 숨어서 기다리다보면 쥐새끼처럼 몰래 들어와 은밀한 사랑을 속삭이고자하는 연놈들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니…….”창리가 아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럼……. 그 연놈들 가운데 사내놈을 붙잡아 이 기름을 한번 발라보자는 말인가?”“그야 당연하지. 자, 몸을 나처럼 이렇게 숨기고 있게나.”두릉은 잔뜩 긴장된 모습으로 커다란 벽기둥 뒤에 얼른 몸을 숨겼다.

아니나 다를까.그다지 오래 지나지 않아 어느 두 남녀가 허겁지겁 이곳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자기들 딴엔 그래도 주위를 의식하는 듯 잠시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펴보고 나더니 먼저 여자가 입을 떼었다.

“저어, 저에게 은밀히 꼭 하고 싶다는 말이 대체 무엇이온지요?”사내는 다시 한 번 더 확인해보려는 듯 고개를 돌려가며 주위를 살펴보고 난 다음 천천히 여자를 마주 쳐다보며 이렇게 대꾸했다.

“으음음……. 은밀히 꼭 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는 솔직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짓이 있어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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