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 강대헌 <충주공고 교사>
  • 승인 2011.03.0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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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대헌 <충주공고 교사>

"나 얼마만큼 사랑해? "

"그야, 하늘만큼 땅만큼이지."

"정말"

"그럼!"

이런 사랑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두 명의 남자(만석과 군봉)와 두 명의 여자(송씨와 순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우유를 배달하는 만석의 오토바이 불빛이 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눈 내리는 새벽의 어둠을 조금씩 물리칩니다. 그의 오토바이 바퀴에 작은 돌멩이 한 개가 삐딱하게 밟혀 튕겨져 날아가더니, 리어카를 끌고 지나쳐 내려가던 송씨의 머리를 때립니다. 송씨는 비명을 지르며 길바닥에 주저앉고 맙니다. 그렇게 그들의 만남은 시작됩니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한 개가 때론 사람의 운명을 바꿔 놓기도 하는군요. 돌멩이 한 개라도 하찮게 볼 일이 아니라고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고쳐먹게 됩니다.)

넘어진 송씨를 보고는 그깟 돈 몇 푼이나 벌겠다고 이런 고생을 하느냐고 핀잔을 주다가 "그럴 처지가 안 돼서요"라는 송씨의 말에 머쓱해진 만석은 송씨의 폐지 실은 리어카를 길이 미끄럽다며 대신 끌어줍니다. 짧지만 어색하지 않은 '협력(協力, collaboration)'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협력이 상호보완적일 때, '협업(協業, cooperative work)'의 생산성은 높아지게 되지요. (그게 누구든, 처지가 되어야만 적당히 폼 잡고 살 수도 있군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본의 총량만이 그의 인생 처지를 결정하고 마는 사회는 별로 매력이 없는데 말입니다.)

군봉과 순이는 요강을 함께 씁니다. 정신줄을 놓고 사는 순이 덕분에 요강을 치우는 일은 군봉이 합니다. 군봉이란 사람, 정말 그런 사람 없습니다. 순이 없인 살 자신이 없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니까요. 자물쇠를 잠그고 출근했던 군봉이 집으로 돌아오면, 벽에다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며 혼자 놀던 순이가 꼭 물어보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뭐 했어? 얘기해 줘." (혼잣말로만 주절대는 사람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어디가 아프거나, 모든 관계가 단절된 증거이죠. 당신의 그 사람에게 오늘 뭐 했다고 얘기해 주는 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군봉과 순이의 품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짝을 데리고 와서는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는 하나씩 곁을 떠납니다. 그러다가 덩그러니 둘만이 남게 됩니다. 어느 날 군봉이 말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말만으로 다시 찾아뵈는 사람이 됐다. 가족이었는데."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서로의 기침 소리도 들어가며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따로 없다고요? '기러기 아빠'도 엄연히 가족 맞다고요? 아마도 군봉의 입장은 다를 것입니다.)

남부럽지 않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만석이 우유를 배달하는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면, 강풀의 웹툰(webtoon)을 추창민 감독이 영상으로 옮겨놓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I Love You, 2010)'를 보시기 바랍니다. 진정성(眞情性)의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작품입니다. 부디 놓치지 마세요.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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