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박물관
쉼박물관
  • 윤병화 <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 승인 2011.03.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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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윤병화 <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짐승은 어미와 애비를 알지만 조상은 모른다. 사람은 어미와 애비뿐 아니라 조상을 알고 보답하려 애쓴다. 사람이 태어나서 부모를 봉양하고 마지막 가는 길에 예를 다하여 섬기는 것은 효의 근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례는 부모를 위한 효이기도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이 될 수 있다.

상례문화는 단순히 의식과 절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족의 관계이며 나아가 사회 질서의 근간이 된다. 상례는 이미 선사시대부터 소생하기 시작했으며 유교, 불교, 도교, 민간신앙 등이 서로 혼합된 형태에서 발전되었고 조선시대 더욱 형식화되었으며 체계적인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상례문화를 소개하는 전문박물관으로 서울시 종로구 홍지동에 쉼박물관이 2007년 10월 개관하였다. 조선시대 상례문화는 관혼상제 중 우리 선조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효를 행하던 예식이었으나, 오늘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상례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무분별하게 서양의 예를 쫓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제대로 된 전통상례를 조망하고자 개관한 박물관답게 망자의 시신을 운반하던 상여가마, 혼백을 모셔 운반하던 요여, 무덤 안에 넣었던 명기, 죽음을 알리는 서장인 부고, 상례를 서술한 상례비요와 같은 고서적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죽음은 불가피하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 현상으로 탄생의 문(門)을 통과하여 이 세상에 나왔다가 결국 마침의 문(門)을 한 번 더 지나가야 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일상에서 다루고 있는 쉼박물관은 설립자 박기옥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일반 가정주부에서 자신의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박기옥은 부군의 죽음을 보고 죽음이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연장을 위한 휴식기라 여겨 이처럼 문화예술공간으로 박물관을 선뜻 연 것이다.

쉼박물관에서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상여장식조각이다. 상여가마를 장식하고, 망자를 저승까지 잘 인도하는 의미에서 동자(童子), 저승사자, 재인(才人), 시종 등의 인물형과 호랑이, 용, 봉황, 학, 물고기, 말, 닭, 해태, 천도복숭아, 연꽃 등의 동식물형을 꽂아 놓았다. 이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과 해학, 그리고 순수성과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요즘 웰다잉(well-dying)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삶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건강한 삶을 계획하기 위하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쉼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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