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90>
궁보무사 <9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24 2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지유 완전 헛것임을 저들이 알아차리게 된다면...

8. 오근장의 최후

“어허! 이 사람 참, 아니 남자 X지 위에 찍어 발라봐야할 기름을 개 X지 위에 발랐다니, 그러고서 어떻게 그 기름을 자신할 수 있고 또 신용할 수 있는가?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것을 감히 성주님께 갖다드릴 셈인가.”창리가 크게 성을 내며 두릉을 나무라듯이 말했다.

“그, 그럼 이거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해서 죽지유인지 뭔지 하는 신비한 기름을 지금 한참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계시는 성주님께 갖다 드리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고….”두릉이 몹시 답답한 듯 복장을 치며 중얼거렸다.

“아, 이러면 어때. 이 죽지유를 실제로 한 번 남자 X지 위에 찍어 발라놓고 그걸 직접 살펴본 다음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면 그걸 갖다드리는 것이…”창리가 다시 말했다.

“누구한테? 설마하니 자네 것에 직접 발라본다는 건 아닐 테고.”“그야 물론이지.”“그럼 누구한테?”“으음……. 기다려보게. 나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가마 안에서 이들이 떠들고 있는 소리를 아까부터 조용히 듣고만 있던 양지는 가슴이 순간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아! 아! 이를 어쩐다.

보아하니 지금 이들은 저 죽지유인지 뭔지 하는 기름의 성능을 직접 알아본답시고 남자의 그곳 위에 찍어 발라 볼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저 기름은 단지 불이 잘 붙어지는 효과만 있을 뿐, 남자의 정력이 강해지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으음음…….’양지가 몹시 조마조마해하는 마음으로 밖에서 들려오는 말 소리 한마디 한마디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는데, 또다시 창리의 폐부를 찌르는 듯 커다란 목소리가 짜릿하게 들려왔다.

“이 여자를 가마 안에서 당장 나오게 하여 여자 시종으로 하여금 깨끗이 목욕을 시키게 하고 몸단장을 하게 하도록 하라. 그리고, 두릉! 자넨 나를 잠시 따라오게나.”곧이어 어디론가 급히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들이 양지의 두 귀에 들려왔고 주위는 또다시 조용해졌다.

잠시 후 여자 시종들이 다가와 가마 안에서 채색옷을 입은 채 다소곳이 앉아있는 여장남자 양지에게 어서 빨리 밖으로 나오라고 하였다.

양지는 지금 죽을 맛이었다.

‘아, 아! 이를 어쩌나!∼ 만약 저 죽지유 기름이 완전 헛것임을 저들이 알아차리게 된다면…. 어떻게 하지. 저 기름이 오근장 성주의 그것 위에 골고루 발라져 있어야만 제대로 불이 붙을 것인데…. 만약 저게 없으면 난 어떻게 하지.’양지는 몹시 걱정이 되었지만, 그러나 자기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