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늘어난 ‘건강보험 재정’
눈덩이처럼 늘어난 ‘건강보험 재정’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03.0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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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국민건강보험 재정적자 폭이 점차 커져 국민 부담이 더 커질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최근 발표한 2010 건강보험 주요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 증가폭이 총부과액을 따라잡지 못해 재정압박이라는 현상이 벌어졌고, 올해에도 5000억원 이상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됐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부담한 보험급여비는 33조796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9조9411억원보다 3조8551억원이 증가했다.

충북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만 해도 지난해 의료기관 이용률이 94.1%를 기록해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145만1754명의 건강보험 가입자 가운데 136만6722명이 진료를 받은 것이다. 1인당 월 진료비는 5만4737원을 기록했고, 가입자당 보험료는 '직장'은 월 평균 7만3399원이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데다 의료기관 이용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공단의 의료비 부담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국민 부담도 점차 커질 게 뻔하다. 월소득 평균 5.33%를 건강보험비로 납부하는 직장인들은 더욱 그렇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 2020년엔 16조원, 2030년엔 48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의 분석이다. 재정파탄을 피하려면 직장인들의 부담액이 현재 월 평균 8만원에서 10년 뒤에는 19만원, 20년 뒤엔 36만원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건보료 재정위기가 이처럼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자 공단 운영 문제점에 대한 질타와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운영 방식을 질타하는 의견도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자 증가와 같은 의료수요를 제대로 예측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총진료비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 비중이 전체의 32.2%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만 해도 최근 7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다 8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연간 진료비 규모가 347만원에 달해 총진료비가 1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규모는 65세 미만 진료비의 5배를 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노인층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고, 이 문제 해결없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보건당국이 노인 의료비 지출 추이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요양병원의 난립과 부실진료, 진료비 증가 억제, 진료비 지불 제도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료비, 약제비 등 건강보험료 지급과 운영 방식도 합리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병의원, 약국의 부당청구 등으로 발생하는 건보료 누수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제도시행 초기보다 이 부분에 대한 감시시스템은 오히려 완화됐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불공평한 보험료 부담 기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건보공단이 이번에 발표한 2010년 주요 통계자료는 재정악화가 이렇듯 심하니 더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도 들린다. 이런 통계를 내놓기 전에 대책도 내놓아야 인상을 할 때 하더라도 설득력을 지니는데 그런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건보공단과 보건당국이 이번 발표로 질타를 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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