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가는 길
홀로 가는 길
  • 이영창 <수필가>
  • 승인 2011.03.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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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영창 <수필가>

내가 어려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왜 그렇게도 학교란 데를 가기 싫어했었던 것인지 이제 와 알 것도 같다. 유독 내겐 그런 때가 많았었다. 아예 공부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 시절 사친회비라는 것이 있었다. 월사금이라고도 하였다. 그것을 한 달에 한 번씩 내야 하는 것인데도, 한 번도 제때 내지 못하였기 때문에, 선생님께 언제나 눈총을 받아 왔다. 그 돈은 학교를 운영하는 데도 쓰이지만 선생님 봉급을 주어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제나 기가 죽어지내야 했다.

그러나 우리 동내가 꽤 큰 마을로 50여 호 되는 마을이었다. 그래선지 마을에는 나와 같은 학년의 아이들도 6명이나 되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성적이 좋았던지, 꽤 공부를 잘하는 아이, 머리가 좋은 아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어쩌다 학교를 오고 가는 길에 동리어른들을 만나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하였다. 공부가 그렇게 싫고 재미가 없어, 학교를 가기마저 싫어했는데도 말이다. 실지 반에서는 중간을 도는 수준인데도 말이다.

그때 내가 학교 가는 길은, 오리(2km)길이 꽉 되는 거리였다. 그만치를 걸어야 시내이고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당연히 학교는 시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길을 걸어서 가기 싫은 길을 가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하루아침만 먹으면 가야만 하는 것이 학교를 가야 하는 일이었다. 이때 아이들은 고만고만한 또래들끼리 언제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떠들썩하게 학교에 가지만, 기가 죽어지내던 나는 학교 가는 발이 천근만근이나 되어 가시 밭길을 가는 것만 같았다.

언제나 나 스스로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은 채, 혼자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땅만 보고 가곤 하였다. 대개는 친구들과 어느 정도 떨어져 가곤 하였다.

어쩌다 긴 들판 길에서 하늘을 보면 밝은 해가 햇살이 빛난다. 그때 이 태양 빛이 따듯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는 햇볕이 따듯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가정생활이 따듯해져야 한다는 생각만 하였기 때문에 다른 것이 마음에 와 닿지를 않았다. 그러한 환경이었는데도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을 상급학교에 진학시키곤 하였다. 성장해서 나는 그 지겨운 가난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가난의 아픔을 일기로 남기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는 것은 소리 없는 나의 하소연이기도 하였고 산문을 쓰는 버릇이 되어 지금의 인기도 없는 작가의 길을 가게 했는지 모른다. 작가, 그 길이 또한 홀로라면 홀로의 길인 것이다. 홀로 생각하며 혼자의 생각을 써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혼자 살아 가는 사람을 쉽사리 바라보지 않는다.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 끝내 홀로서기를 해야 하고 딜레마의 길을 만나도 혼자서 생각하고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지인 중에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시인이기도 하고 나와 술벗이기도 했었다.

얼마 전에 설 명절이 지나갔다. 언제나 혼자서 명절을 보내고 나면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만나서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교감이 통하는 사이다. 금년 설에는 나를 부르지도 않는다. 그가 명절은 잘 보냈을까. 조상님들께 올리는 술잔에도 자신이 혼자 따라 놓고 술을 올렸겠지. "혼자서 날아가는 백로야, 너는 어디로 날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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