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의 아전인수
충북도의회의 아전인수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1.02.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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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지난해 11월 2일 제정 공포된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 종전 공무원 행동강령이 일반직 공무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선출직 공무원인 지방의원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는 판단에 따라 제정된 것이다.

직무·신분상 선출직 공무원의 특수성이 배제돼 있다는 것인데 의정활동 과정에서 많은 정보와 권한이 주어지는 지방의원에게 공무원 행동 강령으로는 미흡하다는 점이 새로운 행동강령을 등장시켰다.

전국 16개 시·도 광역의회 의원과 228개 기초의회 의원 3700여 명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담보해 내자는 취지다.

직무상 관련된 기관이나 업체로부터 여비를 받아 국내외 활동 시 소속 의회 의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외부 지원을 통한 외유성 활동을 근절하고 이익집단을 위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가를 받고 외부 회의나 강의를 할 적에도 소속 의회 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는 지나친 외부 강의나 회의 참석으로 의정활동을 소홀히 하는 것을 차단하고 고액의 강의·회의수당을 지급한 기관에 이익을 주는 부당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또 의원 상호 간 또는 직무 관련자와 금전 거래를 할 수 없고 직무 관련자에게 경조사를 알리는 게 금지되며 '통상적인 기준'을 초과하는 경조금품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든 공무원이 공무원 행동강령을 지키고 있고, 지방의료원 등 공직 유관단체들도 공직자 행동 강령을 제정해 준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가 이 같은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지난 25일 제주도의회에서 전국 16개 광역시·도의회 운영위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정기회를 열고 "행동강령은 지방의원을 범죄시하는 것은 물론,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이같이 결의했다.

이들은 행동강령이 지방의원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폐지를 위해 전국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은 새로운 행동강령을 바라보면서 과연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강화된 새 강령도 청렴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방의원들은 폐지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족쇄를 채운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 논에만 물을 대겠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충북도의회가 의원들의 도정질문 참여 횟수를 1인당 연 3회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한다.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물론 노림수가 있겠지만 많을수록 좋은 것이 도정질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1년 내내 해도 넘치지 않을 도정질문을 자신들 스스로 묶자고 한다.

현행대로 가도 일년 내내 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안 되는 충북도의회의 도정질문 횟수다. 그럼에도 이를 제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속내는 파벌(派閥)이다.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함께하기에는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를 견제하자는 것이다. 충북도의회 의정활동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다수의석으로도 견제하기가 껄끄러운 소수의석의 튀는 자를 막아보자는 속셈인 것이다.

정당정치가 파고든 도의회 내의 정치적 작용이라는 현실적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도정을 파악하고 견제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도정질문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은 도의회 스스로가 자기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채워도 될 족쇄는 걷어내겠다고 몸부림치면서 채우지 말아야 할 족쇄는 스스로 차겠다는 도의회. 참으로 아전인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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