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수도 청주와 국제공예비엔날레
녹색수도 청주와 국제공예비엔날레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2.2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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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2011년은 청주에서 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해이다.

비엔날레는 주지하다시피 2년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전시회를 뜻하는데, 청주의 국제공예비엔날레는 지난 1999년 처음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7번째 치러지게 된다.

공예비엔날레가 처음 시작될 당시만 해도 공예와 청주와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다. 공예비엔날레의 태동에 대해서는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만들어진 역사와 전통의 고장 청주와 금속활자를 만든 선조들의 장인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취지가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1377년, 즉 14세기의 기술로 쇠를 녹여 금속활자를 만든 상상력과 창조정신은 지식과 정보의 무한 확장의 근거가 되는 동시에 모방할 수 없는 장인들의 손재주로 자랑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장인정신은 지금, 세계 각국의 공예가들의 상상력과 창조성, 그리고 예술혼과 손재주를 빌려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들면서 모든 공예의 장르를 총망라하는 명실상부한 공예 분야의 유일한 세계 대제전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지금껏 개최해 왔던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초월해 옛 청주연초제조창 부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공예는 문화상품의 가치로서, 생활 및 시장 자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순수예술과는 그 지향성이 어느 정도는 차이가 있는 셈인데, 한때 청주지역 경제의 핵심기지였던 연초제조창 부지에서 처음으로 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것은 그 옛날의 영화와 연관돼 의미가 있다. 다만 우선 해결해야 되는 것은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담배공장의 건물을 활용함으로써 도심에 아트 팩토리형 전시공간을 구축하는 일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전시를 기획하는 일일 것이다.

올해 주제를 유용지물로 정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연초제조창을 행사장으로 택한 취지에 어울리는 기획을 할 것으로 기대되나, 기왕이면 '녹색수도 청주'를 택한 민선5기 청주시의 정책 목표와 어울리는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지금 도시에는 제각각의 광고물이 홍수를 이루며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가운데 각종 행사나 상품, 상호를 알리기 위해 도심 곳곳에 형형색색으로 내걸리는 현수막은 본래의 기능과는 달리 도시미관을 어지럽히며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는 이 형형색색의 현수막을 재활용해 낡은 담배공장의 겉모습을 멋지게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을 수거해 모자이크 형식의 전시관 외관을 꾸미는 것은 어떨까.

가로 혹은 세로 모양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현수막을 수거해 정사각형 모양으로 재단한 뒤, 이를 4변 중 2변만을 고정해 거대한 모자이크 벽화를 만들어 행사장을 감싼다면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머지 2변의 오묘한 흔들림의 효과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거기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올해의 주제에 어울리는 도안을 수거한 현수막의 색깔별로 구분해 모자이크식 그림으로 만든다면 이 또한 장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폐허의 위기에 놓인 연초제조창을 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행사장으로 정한 것은 되살아남과 재활용의 르네상스적 발상으로 충분히 가당하다.

게다가 도심 경관을 어지럽히면서, 한 번 사용하면 그대로 폐기 처분되는 현수막을 재활용해 공예비엔날레다운 예술적 가치와 혼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녹색수도 청주를 실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폐허에 새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는 일은 창조적 상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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