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이 빚은 무상급식 현물지원 논란
무원칙이 빚은 무상급식 현물지원 논란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1.02.09 2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한인섭 사회부장

3월부터 시행될 초·중학생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청주시가 100억원가량의 무상급식 예산 중 18억5000만원 정도를 직지쌀로 현물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자 충북도교육청과 관련단체들이 가세해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액 현금이 아니라면 무상급식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교원단체 총연합회까지 거들고 나서 "현물지원을 거부해야 한다.

청주시가 무상급식을 깨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충북도 학교 영양사회까지 같은 입장을 취했다. 현물로 지원할 경우 구매가격을 비롯해 재고관리, 예산 정산 등 갖가지 문제를 낳아 급식의 질을 저하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당사자인 청주시는 꽤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청주시는 '지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을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점과 '현물 또는 현금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학교급식 조례에 명시돼 있는 만큼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농민들이 생산하는 양질의 쌀(직지쌀·향토맥쌀)을 학교에 공급하자는 취지이다. 교육청이 구매하든, 시가 구매하든 급식의 질에 미칠 영향이 뭐냐는 게 시의 입장이다. 지원 예산의 20% 정도에 불과한 '쌀 현물지원'이 학교급식의 핵심 논란으로 변질된 듯한 양상이 됐다.

무상급식에 쓰일 식자재 구매권한을 누가 행사하느냐를 놓고,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도교육청과 지자체의 갈등인 셈이다. 도교육청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현물지원으로 파생될 행정적 부담도 고려한 듯 보인다. 도교육청과 일선 지자체의 갈등인데 일단 양측이 행정적으로 조율할 사안에 관련단체들까지 나선 모양새는 본질을 벗어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커보여 우려스럽다.

문제는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시·군 예산분담 비율은 조정했지만, 수반될 실무적 행정사항에 대해서는 손을 놓은 탓이 가장 크다. 식자재 공급시스템부터 가닥을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농산물산지유통센터 활용 여부 등 굵직한 사안들을 매듭져야 한다.

급식 예산을 부담할 지자체의 역할도 그렇다. 예산만 지원하는 역할에 그칠지, 교육지원청과의 협의 범위에 융통성을 부여할지도 교통정리가 돼야 한다. 충북도와 도교육청, 지자체의 역할이 애매한 상황이라 개별 권한 범위에서 밑그림을 그리니 논란만 거듭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결국 9일 충북도가 도교육청과 청주시 실무진들과 협의회를 가졌으나 별다는 진전없이 끝났다. 청주시는 현물지원 입장을 고수했고, 도교육청은 실무적 애로를 토로하는 데 그쳤다. 입장 차이만 확인한 셈이다. 11일 청주시급식지원심의위원회가 열리면 현물지원 방안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 예산으로 100억원을 지원하는데 '아뭇소리 말라'는 식의 태도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청주시 입장이고, 틀린 소리도 아니다. 애초 관련조례나 예산을 분담할 시·군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충북도나 도교육청 탓이 크다. 매년 사업비를 분담할 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나머지 시·군들도 이 사안이 어찌 조율될지 주시할 일인데 선선히 예산을 내놓을 명분이 필요해 보인다.

행정적으로 조율할 일인데 유관단체들까지 나서 큰 마찰이 있는 듯한 상황을 조장하거나, 학교급식의 결격사유라도 되는 듯한 양상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먼저 설득력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