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이유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이유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1.02.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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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편집부국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과 관련한 충청권의 반발이 확산일로다.

설 연휴가 지나면서 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일제히 반발하는 등 '제2의 세종시 사태'로 번질 기세다.

'과학벨트=충청권'이라고 철썩같이 믿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청권 과학벨트 조성은 대통령 공약외에도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던 사안이다. 또 정부가 발주한 용역 연구기관에서도 충청이 최적지임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이런데도 과학벨트입지의 결정적 기준이 될 5000억원짜리 방사광 가속기를 포항에 건설키로 하는 등 과학벨트에 이상조짐이 나타나더니 결국 충청권이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충청권이 과학벨트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 데 반해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동남권 신공항과 LH 본사 유치를 위한 이전투구식 경쟁이 지역 간 벌어지고 있어 전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고용유발효과 20만 명, 생산 유발효과가 17조 원이라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지역 정치권을 등에 업은 여당 의원들끼리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3월 말까지 입지 결정을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부산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경남과 경남 밀양을 밀고 있는 대구·경북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난타전을 벌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지 선정을 놓고도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로 각각 이전하기로 계획됐지만 LH로 통폐합되면서 양측이 일괄이전(진주)과 분산배치(전주)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는 경남 진주 출신의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과 전북 김제ㆍ완주 출신의 민주당 최규성 의원이 각각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6월 LH의 본사를 자기 출신지역으로 유치하라는 지역 정치권의 특명을 받고 임명됐다.

이같이 주요 국책사업의 유치는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변모했다. 해당지역 입지에 대한 타당성과 효율성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오로지 내년 선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만이 이들을 지배한다. 지역이기주의와 '표(票)플리즘'이 결합해 정치인들을 옥죄고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4월 출범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를 잘 풀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더욱이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과정에서 뼈 아픈 경험을 했던 충북이다.

과학벨트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표몰이를 위한 '히든카드'라는 얘기가 나온다. 충청권에 이어 대구·경북·울산, 경기, 광주·전남, 전북 등 지자체마다 이 사업을 유치하겠다며 엄청난 먹잇감 앞에 넋을 놓고 있다.

과학벨트는 신공항이나 LH본사 유치처럼 지역균형발전이나 거점개발 사업이 아니다. 나눠먹기식(pork barrel) 개발사업은 더욱 아니다. 과학벨트를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허브로 만들고,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을 창출하는 전초기지로 삼자는 것이다.

충청권에는 이미 대덕연구단지와 대덕테크노밸리, 오송-오창산업단지 등 과학벨트 입지기반으로 충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갖춰져 있다. 과학벨트를 충청지역으로 하겠다는 2007년 대선공약 역시 그러한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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