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尾生之信)과 이 대통령
미생지신(尾生之信)과 이 대통령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1.02.0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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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 고사에 보면 노(魯)나라의 미생(尾生)이란 사람이 한 여자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때가 지나도 오지 않는 여자를 기다리기 위해 갑자기 불어난 물에도 다리기둥을 안고 기다리다가 빠져 죽었다. 여기에서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사자성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굳게 신의를 지키는 것을 일컫기도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어리석고 지나치게 정직함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 대통령은 신년대담에서 자신의 2007년 대선 당시 충청권 대표공약 중 하나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입지를 철회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충청권민심이 들끓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제2의 세종시사태가 터졌다"며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 그러자 청와대는 충청권에 무게중심을 둔 발언을 하든, 그렇지 않든 둘 다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론적 발언이 불가피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충청민의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대통령의 또다른 충청권 대표공약인 세종시가 수정안 파동을 겪었고, 오송 단독지정이 유력했던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대구·경북에 복수지정되는 현실에서 충청민들은 충분한 학습효과를 얻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공약파기로 의심받는 것이다 공약이행이 아니라 '형님벨트'를 만드는 것 아니냐고. 대구·경북이 원하는 정책은 그것이 상호충돌을 일으키든 말든, 모두 수용하는 것 아니냐고.

수천년전 어리석은 범부(凡夫)로서 현대인들에게 기억되는 미생 2011년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새롭게 조명받는 인물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도 본받아야 할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약속을 지킨 약속의 화신 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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