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구제역을 몰랐어요.
올 설은 예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구제역 대재앙 때문이다. 이동통제로 농장에서 두달 동안 집에도 못들어 간 축산농가 가족과 직원들은 온전한 명절을 보낼 수 없다.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과도 함께하지 못한다. 이들과 함께 살처분에 참여했던 공무원들도 명절을 즐길 마음에 여유가 없다. 구제역이 불러온 올 설 풍속이다. 그래서 이번 설 명절에는 소가 안스럽기도 하지만 미웁기도 하다. 그러나 소 한마리가 자식 등록금이었고 재산의 전부였던 그 옛날 그 시절의 소는 구제역을 몰랐다. 그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한 가족이었다. 그때 그 시절의 소를 사진으로 담아봤다.
<김운기 사진작가>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