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소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그 시절 소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1.3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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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구제역을 몰랐어요.

올 설은 예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구제역 대재앙 때문이다. 이동통제로 농장에서 두달 동안 집에도 못들어 간 축산농가 가족과 직원들은 온전한 명절을 보낼 수 없다.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과도 함께하지 못한다. 이들과 함께 살처분에 참여했던 공무원들도 명절을 즐길 마음에 여유가 없다. 구제역이 불러온 올 설 풍속이다. 그래서 이번 설 명절에는 소가 안스럽기도 하지만 미웁기도 하다. 그러나 소 한마리가 자식 등록금이었고 재산의 전부였던 그 옛날 그 시절의 소는 구제역을 몰랐다. 그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한 가족이었다. 그때 그 시절의 소를 사진으로 담아봤다.

이른 봄 풍년 농사를 기원하며 마을 사람들이 소 달구지를 타고 논과 밭으로 향하고 있다
소 등에 바리바리 짐을 얹은 한 농부가 시집 간 딸네 집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선 어르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외양간 앞의 소와 아이들 모습이 우직하고 선한 소와 닮았다
집안의 큰 재산인 소를 돌보는 할아버지
시골의 한 형제가 대학에 갈 학자금 마련을 위해 소를 정성껏 키우고 있다
쇠전에서 송아지를 사다 우량우로 키운 농부가 가축품평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소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집안의 보물인 송아지를 낳아준 토신께 감사하고 무럭무럭 잘 크라고 기도하기 위해 외양간 앞에 콩과 냉수를 놓은 모습.


<김운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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