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 가축, 위령제라도…
구제역 매몰 가축, 위령제라도…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1.01.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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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그맨 전유성씨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사고로 사물에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 혹은 역발상으로 유명하다. 그에게선 엉뚱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그의 '어록'까지 있을 정도다.

이를테면 대구 어느 삼계탕집을 광고해 주면서 '닭 위령제'를 제안해 성사시켰다는 식이다.

그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을 개그로 치료하는 차원에서 튀어나온 아이디어겠지만, 가만히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 있다.

구제역 사태가 시작된 이후 충북도내 농가에서 기르던 돼지의 42%(55만9000마리 중 23만5337마리), 즉 절반가량이 매몰됐다.

434양돈농가 중 73농가에서는 더 이상 돼지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소도 128농가 6206마리(전체 25만마리 중 2.5%)가 땅속에 묻혔다.

30일 하루만 11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59건을 감안하면 구제역확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먹기 위해 길러진 수많은 가축이 몹쓸 전염병에 의해 사명도 다하지 못한 채 한 많은 삶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9일 괴산군의 한 종교단체에서 구제역 조기 종식과 살처분 희생가축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천도재(薦度齋)를 열었다. 종교와 종파를 떠나 생명존중의 인간본성이 발현된 작지만 의미있는 행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닥친 2011년 대한민국. 더 이상 잘 파지지도 않는 땅에 산 채로 묻히는 가축이 없기를 기대하면서 매몰된 가축들에 대한 위령제라도 지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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