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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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식 (충주 신니중 교사. 소설가)
  • 승인 2006.05.2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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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상의 전환이 위대한 발명으로
갓 시집와 아직 시댁식구들의 얼굴조차 분간하기 어렵던 신혼 초. 새색시는 남편이 입고 있는 팬티 출입구가 단추로 개폐되도록 만들어진 것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옆에서 보기에 급할 때 풀기도 번거로웠지만 혹시 단추 끼우는 것을 잊기라도 하면 ‘그 놈(?)’이 실례를 저지르기 때문이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남편이 출근한 후 새색시의 일과는 남편의 팬티에 대한 연구였다.

난생 처음 대하는 남자 팬티에 관한 연구라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몹시 부끄럽기도 했다.

남편의 팬티를 만지작거리다 가족들에게 들켜 난처한 입장에 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덧 6개월이 지났는데도 연구는 제자리걸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새색시는 남편이 이중으로 된 양복 깃 사이로 손을 넣어 안주머니 속의 지갑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래, 두 겹으로 만들어 포개지도록 하면 되겠구나.’대개의 발명이 그렇듯이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면 90%는 성공. 나머지 과제는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새색시는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쉽게 첫 작품을 완성시켰다.

불과 한나절 사이에 모든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퇴근 후, 아내의 역작(?)을 만지작거리던 남편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예 집안에 생산 시설을 갖추었다.

밤낮으로 생산되는 이중 팬티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별도로 새롭게 들어가는 재료도 없이 기존의 팬티와 가격은 같으면서도 모든 남성들의 골칫거리를 간단하게 해결했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부부는 2년 만에 남자 팬티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는 의류가공업체로 부상했다.

지금은 특허 권리가 끝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지만,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 팬티를 만들어내려면 발명가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했다.

그렇다.

아주 작고 사소한 발상에서 위대한 발명이 탄생한다.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험실에서 추출해내는 데이터 중심의 과학적 발견도 중요하지만 생활주변에서 톡톡 튀어나오는 발상의 전환이 가져오는 발명의 힘은 대단하다.

기원전 5000년쯤 메소포타미아에서 발명된 수레바퀴가 운송문화 발달에 끼친 업적을 오늘날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수레바퀴가 무슨 발명이냐. 자전거나 자동차와 같은 운송 도구와 기기는 모두 수레바퀴를 달고 있는데 그게 무슨 발명이냐. 이렇게 항변하는 사람도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혜택처럼 당연시하고 있어 발명의 진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소리이다.

이렇게 쉬운 발명이 소외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발명의 위대함과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대중에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습성 탓이 아닐까. 실제로 자신만의 고유 생활 방식에서 위대한 발명의 실마리가 있음을 알면서도 혼자만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발명은 인류 문명의 발달을 가져오고 또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발명에는 반드시 충족해야 할 조건이 있다.

인류 문명의 발달에 긍정적인 방향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한 윤리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줄기세포의 불행한 사건에서 보았듯이 아닌 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눈속임하려는 그런 발상은 발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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