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87>
궁보무사 <8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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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근장의 최후

“여러분! 수고가 참 많아요. 이렇게 자기 일처럼 힘껏 열심히 해주시니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저는 굳게 믿어요.”부용아씨는 율량과 그의 부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드럽게 손을 마주 잡아주는 등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아씨!”“송구스럽습니다.

아직 일이 완전히 마무리되어진 것도 아닌데.”“저희들이야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그러나 알아서 힘껏 할 뿐이옵니다.

”율량과 그의 부하들은 자기들을 이렇게까지 세심하고 자상하게 배려해 주는 그녀를 보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오늘 밤 안으로 팔결성 안에서 곡(哭)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요?”부용아씨는 양지와 몰래 바꿔치기 해놓은 명기 여자를 이리저리 훑어보면서 몹시 긴장되고 초조스러운 목소리로 율량에게 물었다.

“글쎄요. 지금까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럭저럭 다 해놓은 셈인데……. 앞으로 오근장의 X에 불이 제대로 붙을지 혹은 안 붙을지는 순전히 하늘의 뜻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기다려보는 수밖에요.”율량 역시 몹시 초조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제발, 양지가 착오 없이 잘해줘야만 할 텐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연습한 대로만 해주면 될 터인데…….”부용아씨는 마치 어느 누가 들어보라는 듯 큰 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발을 동동 굴러댔다.

장수 두릉은 전쟁터에서 엄청난 전리품이라도 챙긴 듯 명기 여자가 아닌 여장남자 양지가 들어있는 가마를 통째로 가지고 부하들과 함께 아주 의기양양하게 팔결성 안으로 돌아왔다.

장수 두릉이 명기 여자를 안전하게 데리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창리는 그 누구보다도 더 기뻐하며 단숨에 달려 나왔다.

지난 번 명기 여자를 실로 어처구니없이 취라 성주에게 빼앗긴 탓에 자기가 모시고 있는 오근장 성주를 뵐 면목이 없어 창리는 요즘 몹시 전전긍긍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자기 동료 두릉이 새로운 명기 여자를 안전하게 데리고 왔다하니 지금 그의 기쁨은 무엇보다도 클 수밖에 없었다.

“두릉! 장하네. 참으로 잘했네. 우리 성주님께서 크게 기뻐하실 거야.”창리가 장수 두릉의 듬직한 어깨를 탁탁 두들겨주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글쎄 내가 조금만 더 늦게 갔어도 큰일 날 뻔했지 뭔가. 옥성 성주 취라가 보낸 자들이 저 명기 여자를 가마에 태워가지고 옥성으로 막 돌아가던 중이었으니말야. 그래도 내가 가까스로 달려가서 좋은 말로 그들을 타일러 보내고 무사히 명기 여자를 데리고 왔지. 휴우∼!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아슬아슬했다니까. 까딱했으면 천길만길 낭떨어지로 추락해버리는 기분이었다구.”장수 두릉은 그때 그 순간을 다시 생각해봐도 정신이 온통 아찔아질해지는 지 머리를 부르르 떨어대며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

창리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두릉이 가져온 가마 안으로 머리를 살짝 들이밀고는 비단 천으로 살짝 가리고 있는 양지의 얼굴을 살그머니 들춰보았다.

“으으응?”양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갑자기 창리의 두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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