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86>
궁보무사<8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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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 값의 배를 쳐서 물어주면 어떤가?"

4. 오근장의 최후

장수 두릉의 말에 옥성 병사들은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 서로 쳐다보다가 이들 가운데 약간 배짱이 있어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와 큰소리로 말했다.

“그, 그럼……. 우리가 이 가마만 달랑 넘겨드리면 되겠소?”“아니, 이것들이 우리랑 농담을 하자는 건가. 그 가마 안에 타고 있는 여자와 함께 통째로 넘기란 말이다.

”장수 두릉이 호령하듯 큰소리로 다시 외쳤다.

“그, 그건 절대로 아니 될 말이요. 우리는 취라 성주님의 명령에 따라 이곳에 와서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이 여자를 데려가는 것이외다.

그러니 어떻게 감히 우리들이 성주님의 명령을 거역한 채 이 여자를 넘겨주겠소.”그러자 장수 두릉이 갑자기 온화한 미소를 안면 가득히 지어보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다시 말했다.

“보아하니 그에 대한 값으로 마포를 건네준 것 같은 데, 그렇다면 우리가 그 값의 배를 쳐서 물어주면 어떤가. 자!”장수 두릉이 이렇게 말을 하고는 뭔가 손짓을 크게 해보이자 어느 틈에 대기하고 있던 십 수 명의 병사들이 제각각 한필씩의 비단을 가지고나와 그들이 서있는 앞에 차곡차곡 쌓아올려 놓았다.

순식간에 그들 앞에 비단 더미가 생겨지자 옥성 병사들은 크게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자, 어서 빨리 결정을 내려라. 너희들이 그것을 고맙게 받아가지고 떠나겠느냐? 아니면 쓸데없이 고집을 부려 우리랑 싸워가지고 아까운 목숨을 가볍게 날려버리겠느냐? 이건 순전히 너희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니 알아서 하라.”장수 두릉이 서슬 퍼런 목소리로 그들에게 마지막 경고를 보내듯이 말했다.

그러자 옥성 병사들은 서로서로 눈치만 볼 뿐 어느 누구 하나 용기를 내어 이에 대해 항의하는 자가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들 중 가장 상급자로 보이는 자가 동료들 앞으로 나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보아하니 지금 저들은 우리가 데려가려는 이 여자를 무슨 수를 써서든지 빼앗아가고자 단단히 준비해가지고 온 것 같다.

준비해온 무기도 변변치 않거니와 숫자가 훨씬 적은 우리들이 어떻게 저들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못이기는 체하며 저들이 준 비단을 받아가지고 물러가기로 하자. 성주 마님께서도 과히 좋아하시지 않는 이런 일을 우리가 아까운 목숨을 내걸면서까지 고집부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아. 그거 옳은 말씀입니다.

”“좋아요.”“일리가 있습니다.

”결국 옥성 병사들은 팔결성 장수 두릉에게 갖고 있던 가마를 통째로 건네주고는 그들이 준 비단을 챙겨가지고 허둥지둥 물러가버렸다.

한편, 오근장의 말짱한 생X을 불태워 버리려는 음모 계획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순서에 따라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한 한벌성의 부용아씨는 기쁜 마음으로 술과 떡, 고기를 잔뜩 장만해가지고 시종들과 함께 산속에 있는 율량을 직접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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