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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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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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마음으로 평택 미군기지 이전 중단을
   
▲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
   오래간만에 고향인 강원도엘 다녀왔다.

나의 고향은 해발 600m가 넘는 고지대인데, 예전에는 화전 마을일 정도로 벽지였지만, 잘 뚫린 도로, 지리적 여건을 살린 고랭지채소등 상업작물 재배 등으로 산골냄새는 예전같지는 않았다.

큰집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인사를 하고 이웃한 사돈댁에 인사차 들렀다.

우선, 뜰아래 무더기를 이룬 할미꽃이 눈에 띈다.

사돈어른은 묻지도 않았는데 사연을 늘어놓는다.

“요즘, 할미꽃도 보기 힘들다고 해서 애들 보라고 산에서 옮겨와 심어놨더니 그사이 이렇게 펴졌드래요.”. 안사돈 어른께서 뒤뜰로 나오란다.

우리 주려고 산나물을 뜯어놨으니 손질하란다.

100리터용 비닐 두봉지가 넘을 만큼 산나물 양이 어마어마한데, 참드룹, 개드룹, 누리대, 곰치나물이다.

여기 청주같으면 드룹이 세서 먹지 못하겠지만, 그곳 강원도는 벚꽃이 이제 지고 있다.

한 3주정도 기후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양이 하도 많아서 이걸 어떻게 다 먹냐고 하니, 안사돈어른은 “이게 삶으면 푹 쭈그러들어요. 얼만 안돼요.” 한다.

참드룹은 “꼬다리를 칼로 잘라내 다음에 열십자 칼집을 내주고 삶으면, 퍼지지 않드래요”하며 친절하게 참견한다.

나물을 한참 다듬고 있는데 다시 바깥사돈이 부른다.

국수를 누른다고 나보고 누르라는 것이다.

수동으로 된 국수뽑는 기계인데, 어느새 메밀가루 반죽까지 준비했나보다.

메밀국수를 놓고, 부모님과 사돈어른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방 구퉁이에 있던 TV 뉴스에서 평택의 충돌장면이 나오는데 바깥 사돈이 나즈막히 중얼거리며 묻는다.

“왜들 그런데요?”대답을 하는데, “저 농민들이 땅에서 두 번 쫓겨나는 건데, 한번은 6·25 전쟁중에 미군기지가 들어와서 쫓겨나고, 그 뒤에 갯벌을 개간해 살고 있는데, 이번에 미군기지 확장터로 선정돼서 그러는 건데요. 농민들은 그저 그 땅에서 농사짓고 살게 해달라는 걸꺼예요. 여기도 몇 년전에 포사격장 건립 때문에 그런적 있잖아요. 같은 경우죠” 바깥사돈은 몇 년전 포사격장 기억이 있었는지 수긍을 하는 듯, 아니 동병상련인 듯 안타까운 한숨으로 대신한다.

서울에 있는 용산 미군기지는 수치고,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는 한·미동맹의 수호신이라고, 시위대에 총질을 해야한다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어느 수구 인사나 주민과의 대화조차 외면한 채 군대를 투입한 국방부장관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알까. 마당에 손자들 보여준다고 할미꽃을 옮겨 심어놓고, 사돈에게 산나물을 듬뿍 안겨주는 시골 농부들의 소박한 바람, 자기땅에서 농사짓고 그곳에 다시 묻히고 싶어하는 그 소박한 마음을 말이다.

오랜만의 고향나들인데 평택 대추리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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