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없는 아이들
방학이 없는 아이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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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친·인척 집을 하루에 한 번씩만 돌아도 긴 겨울방학을 심심하지 않게 보낸 적이 있다.

이런 얘기 자체가 아날로그 시대를 살던 옛 추억으로 치부되는 요즘이다. 도내 일선 학교들이 성탄절인 25일을 전후로 대부분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이 보통 한 달가량 되지만 학생들에게 방학은 그저 그림의 떡처럼 즐길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방학기간 친구들이 보고싶어 주소를 서로 주고 받거나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조르던 학생들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방학이 시작될 무렵 학부모들 사이에는 자녀가 다닐 족집게 학원을 수소문하느라 바쁘다.

어느 과목은 어느 학원이 잘하고, 어디 학원은 전교 1등하는 아무개가 다닌다는 등 부모의 정보 수집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학교는 학교대로 방학이지만 아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학생들의 특기적성 교육을 위해 추진된 방과후 프로그램이 대부분 국영수 주요 과목의 보충수업으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진정 방학은 있는가 의문이 든다.

처음엔 대학입학 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의 방학이 사라지더니 매년 학년이 내려가 이젠 중학생과 초등학생까지 방학이 사라져 버렸다. 형편이 나은 학생들은 방학기간 외국으로 떠난다. 그도 안 되면 수십만원 하는 영어캠프라도 참가해야 학생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방학기간 자녀에게 독서든, 요리든 배우고 싶은 것을 하게 하면 자녀를 방치한 괘씸한 부모로 인식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청주의 한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지원자가 가장 많았던 프로그램은 축구반이었다.

100명이 넘는 학생이 지원해 분반 운영을 해야 할 것 같다는 학교 관계자의 말과 함께 교육정책 수립자들이 학생들의 이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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