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85>
궁보무사 <8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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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감히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지나치려고 하느냐?"

3. 오근장의 최후

하지만 이런 기가 막힌 사실을 취라 성주가 보낸 옥성 병사들이 알아챌 리 없었다.

그들은 이 일로 인하여 자기들이 취라 성주에게 혹시 받게 될지도 모를 상급(賞給)을 은근히 기대하며 매우 기쁘고 들뜬 기분으로 양지가 타고 있는 가마를 둘러매고는 급히 서둘러 옥성(玉城)쪽을 향해 나아갔다.

그런데 산모퉁이를 돌아서기가 무섭게 갑자기 이들의 앞을 딱 가로 막아서는 무리들이 있었다.

팔결성에서 급하게 달려온 장수 두릉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멈춰라! 네 놈들이 어딜 감히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지나치려고 하느냐?”말 위에 올라 탄 장수 두릉이 커다란 환도를 꺼내 들고는 아주 노기등등하고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옥성 병사들은 깜짝 놀라 주위를 얼른 둘러보았다.

어느 틈엔지 정오의 햇살을 받아 희번뜩거리는 칼과 창, 갑옷 등등으로 중무장을 한 수십, 수백 명의 팔결성 병사들이 그들을 이중 삼중으로 완전히 에워싸고 있었다.

“아니, 왜, 왜 이러시오.”“보아하니 팔결성에서 오신 분들 같은데…….”“피차 터놓고 지내는 형제성(兄弟城)끼리 이럴 수 있는 거요?”옥성 병사들이 말을 타고있는 팔결성 장수 두릉을 향해 불평하듯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야! 이 오가리 잡탕 같은 놈들아! 네 놈들은 양심에 쓰레기조차도 안 걸리냐.”두릉이 그들을 여전히 무섭게 째려보며 큰소리로 다시 외쳤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요.”“어서 냉큼 길을 비키시오.”“우린 갈 길이 무척 바쁜 사람들이외다.

”옥성 병사들은 대충 뭔가를 짐작하긴했지만, 그래도 호기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옥성 성주 취라와 팔결 성주 오근장의 평소 친분 관계를 보아서라도 이들이 자기들을 감히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 맘보가 어째 그러냐? 욕심을 부리거나 탐을 내더라도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가 있는 법이지. 명기 맛을 찐하게 한 번 보았으면 그걸로 족한 줄 알아야지 어떻게 남의 것을 함부로 또 가로채 가려하는가?”장수 두릉이 이들을 향해 다시 조롱하듯이 소리쳤다.

“아니, 그, 그게 무슨 소리인지.”“이치를 따져봐도 우리가 먼저 와서 사가지고 가는 것 아니요?”“대, 대체 뭐요? 당신들은 우리들한테서 뭘 원하는 거요?”옥성 병사들은 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채고는 겁에 잔뜩 질린 목소리로 덜덜 떨면서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댔다.

“여러 말 할 것도 없다! 그 가마를 우리한테 당장 넘겨라!”장수 두릉이 이번에는 짤막하게 내뱉듯이 말했다.

“예에.”“뭐,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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