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만연할까 두렵다
패륜 만연할까 두렵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1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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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문종극 편집국장

최근들어 공직비리 사건이 꼬리를 물고 터진다. 공직자들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하다. 심각한 '도덕불감증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객과 화물자동차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정부 유가 보조금 7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20대 공무원이 구속되고 시설채소 농가 등에 보급하는 저온저장고 설치비용을 부풀려 주고 업자들로부터 식사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또 다른 공무원이 경찰에 입건됐다.

그런가하면 도민을 위해 일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해 선출된 한 도의원은 허위 휴업신고서를 제출해 고용노동부의 지원금을 가로챈 혐의로 입건되고 얼마전까지 경찰서장을 지낸 한 인사는 오락실 브로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또한 오늘 공개되면 그 명단을 알 수 있겠지만 지방세 고액·상습체납자도 충북 36명, 충남 116명이란다. 1억원 이상 체납자라는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재산을 숨겨놓고 세금을 내지 않는 뻔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출국금지, 신용불량 등록, 금융재산 압류 등의 방법으로 당국이 대응하고 있지만 '이도 안들어간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잇따르는 공직자들의 비리는 공직사회의 내부 통제시스템 또는 자체감사 기능이 유명무실한데서 비롯된다. 때문에 내부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감사관제를 기초단위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를 통해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제시스템보다는 공직자의 도덕성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시스템이 견고해도 '해먹자'고 덤벼드는 자에게는 안먹힌다. 더 큰 문제는 공직자의 도덕성 붕괴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데 있다. 일반 국민의 도덕성이 덩달아 추락하게 됨은 물론이다.

이성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잠자고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살해한 대학생이 어제 경찰에 검거됐다. 평소에 자신을 금지옥엽처럼 여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어떻게 무자비하게 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런 흉악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일반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도덕불감증으로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도덕성 상실이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도덕성 붕괴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이 죄도 아닌것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슬쩍 넘어가면서 임명되는 무수히 많은 사례가, 공직자가 국가 보조금을 빼돌려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해먹는 사례들이, 경찰이 브로커에게 돈을 받는 일이 너무도 흔한 일이 돼버린 도덕불감증 시대가 어쩌면 조부모를 살해한 대학생을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굳이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소위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도덕불감증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우리 사회는 그때마다 이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한다. 국민들의 도덕불감증이 날로 심각해 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웬만한 죄는 죄도 아니다'라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공직자들의 도덕불감증는 곧바로 부패로 이어진다. 공직이 부패한 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있는지 눈을 씻고 돌아볼이다.

강력한 통제시스템보다 강도 높은 도덕적 의무가 더 시급하다. 높은 공공정신 함양이 중요하다. 공직자들은 그래야 한다. 극악무도한 패륜이 사회에 만연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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