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배추에서 배운 축산을 위한 지혜
쌀과 배추에서 배운 축산을 위한 지혜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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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황은주 <충북도축산위생연구소 제천지소장>

최근 우리는 농업분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상반된 사례를 경험했다. 하나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사회를 온통 혼란 속에 빠뜨렸던 배추이고, 다른 하나는 수확량이 평년의 약 20~30%씩이나 감소했음에도 수매가격은 15년 전의 수준이라며 하소연 하는데도 시장과 사회의 반응은 조용한 쌀이다.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벼농사의 가치는 소중하다.

그 배경에는 배추의 경우 기반시설 투자가 적어 경작자 마음에 따라 쉽게 포기하거나 다른 작물로 전환할 수 있지만 벼농사는 쉽게 그만두거나 포기할 수 없는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수십 년에 걸쳐 국가가 수로와 경지정리라는 기반투자로 벼를 경작하기 가장 적합한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또 다른 요인으로 배추는 자율 시장기능에 맡겨져 중간상인 등의 개입 여지가 많지만 쌀은 정부가 일정량을 수매·관리함으로써 중간계층이 쉽게 개입할 여지가 없고 농민 역시 수확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두 작물이 사회적으로 투영된 상반된 반응은 개방화시대를 맞이하여 농업 대부분이 내수시장을 대상으로 양보다는 질적인 영농을 선택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비 식품 즉 쌀, 배추, 육류 등 민심 동요를 수반할 수 있는 품목을 전략적으로 선정해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선진화된 생산기반 시설을 갖추며,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겠다는 것이다. 농업을 지켜야 하는 것은 구 소련이 식량기반의 불안으로 와해된 반면 고립 속에서도 자급기반을 굳건히 지켜낸 중국은 오늘날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 성장으로 육류는 식탁에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가축 전염병 만연 등은 거래가 단절될 가능성이 높아 자급기반 확보가 절실한 품목이다. 여기에 벼와 배추에서 경험한 지혜를 적용해 보면 최소한 생산량 관리는 축협과 종축관리, 일선행정기관, 자율단체를 통하여 지혜를 모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중요한 것은 안정된 생산량 확보를 위한 기반시설이다. 현재 농촌에 설치된 축사는 우리 기후 풍토와 맞는지도 의문이고, 악취와 분뇨, 환경오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축사는 이미 혐오, 기피시설로 인식된 지 오래되었다. 뿐만 아니라 마을 내에서도 주민 간 갈등을 야기하는 주범이다.

국가의 이미지는 도시의 화려한 빌딩 못지않게 농촌의 서정적 풍경도 큰 가치를 부여한다. 불량한 축사와 주변 환경은 질병 발생에 취약하며, 발생 시 매년 이를 처리하는 비용과 예방을 위한 행정 비용을 합치면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축산환경 개선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HACCP제도, 아름다운 농장 가꾸기, 동물복지농장 사업 등을 현장에서 살펴보면 일시적으로나 부분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와 같은 축사시설이나 입지 및 관리인 구성으로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따라서 확고한 생산 시설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

축사를 쾌적한 환경과 기계 작업이 가능하며 자체방역과 환경정화 시설을 겸비한 우리 고유의 모델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데 투자하여야 한다. 둘째, 고유 경쟁력 확보 차원으로는 효율적 사양과 자급사료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이다. 우리의 경우 육종과 가축 질병 예방에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정작 축산의 기본이며 자력기반 확보에 절대적 요소인 사양과 사료분야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

결과적으로 좋은 사육기반은 전문 관리자를 배출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축산의 안정적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구제역 등 대형 전염병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축산 환경의 근본을 바꾸는 허가제와 면허제 도입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루빨리 가을 농촌의 황금 들녘에 어울리는 축사가 도심에 찌든 시민의 마음까지 여유롭게 해줄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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