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83>
궁보무사 <83>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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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가마에 태워서 팔결성으로 보내달라고 하니...

1. 오근장의 최후

그러나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좁은 가마 안에서조차 얇은 비단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자니 그녀는 갑갑하고 답답해서 거의 미칠지경이었다.

‘흥! 내 쪽이 못난 줄은 나도 잘 알고 있다만, 솔직히 이건 너무 심하잖아…….’그 여자는 자기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것을 살짝 떼어낸 후 가마 창문 너머로 고개를 살그머니 내밀어가지고 빠꼼히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앞에서 지키고 있던 자와 정면으로 두 눈이 서로 딱 마주치고 말았다.

“아니, 돈 벌기 싫어서 환장을 하셨소. 이따가 별 뜨고 달이 뜰 때까지 만이라도 제발 그 쪽 좀 가리고 있어달라지 않았소.”지키고 있던 자가 발끈 성을 내며 명기 여자에게 소리쳤다.

“아, 알았어요. 에이, 내가 지금 이게 무슨 꼬락서니인지. 내 미모(美貌)가 더도 말고 내 아래 구멍 수준의 반(半)에 반만 되더라도 이렇게까지 구박받지는 않을 터인데. 아니 그 반(半)에 반일지라도 최소한 미녀(美女) 소리 정도는 족히 들을 수 있을 터인데…….”명기 여자는 몹시 아쉽다는 듯 이렇게 투덜거리며 자라 모가지가 바짝 옴츠러들듯 가마 창 너머로 살짝 내밀었던 얼굴을 안으로 쏙 들이밀었다.

잠시 후,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옥성(玉城)쪽에서 연락이 먼저 왔다.

옥성 성주 취라가 사람들을 그리로 당장 보낼 터이니 웬만하면 지난 번과 비슷한 가격 정도로 흥정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허 참! 아니, 내가 이런 장사를 어디 한두 번 해봤나. 먼 데서 일부러 찾아온 우리들이 그런 값을 받아가지고는 절대로 남기지 못할 터인데….”강치가 몹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중얼거렸다.

“하하하……. 염려 마십시오. 옥성 성주 취라는 지난번에 명기 맛을 제대로 봤었으니 아마 명기가 어떻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만큼은 절대로 깎아주지 말고 제값을 온전히 챙기도록 하십시오.”옆에 있던 봉명이 강치에게 넌지시 충고를 했다.

“흠흠……. 나도 그럴 작정이요. 차라리 내가 이런 장사를 하지 않으면 하지 않았지 기가 막히게 좋은 물건을 헐값으로 넘기는 따위의 어리석음을 저지르지는 않겠소.”강치가 배짱을 부리듯이 이렇게 말하며 여유있게 두 팔짱을 꼈다.

이때, 팔결성 쪽에서도 연락이 왔다.

사람을 그리로 곧 보낼 터이니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그 명기라는 여자를 가마에 태워서 팔결성으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중에 값을 아주 후하게 쳐주겠다는 조건이었다.

“허! 이거 참! 팔결성에선 도대체 뭐하자는 얘기인지 모르겠네. 값은 나중에 후하게 쳐줄 터이니 여자를 가마에 태워가지고 먼저 보내달라고 하니…….”강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렵고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이럴 때엔 확실하게 뭘 먼저 주는 쪽으로 넘기는 것이 상책입니다.

뒷간에 갈 때 맘과 나올 때 맘이 서로 다를 수 있으니, 공연히 이런 데에 신경을 쓰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봉명이 한마디 거들듯 옆에서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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