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落葉)을 바라보며
낙엽(落葉)을 바라보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2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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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 <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새벽기도회 때 차에 타는 사람마다 나누는 첫마디는 대부분 날씨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이 됩니다. 요즘 같으면 오늘은 날이 싸늘하다느니, 오늘은 날이 춥다느니, 오늘은 바람은 많이 불어도 날은 포근하다느니….

옛날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 그날의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로 만나 날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싱거운 것 같지만 그 이야기 속에 하늘의 움직임이 담겨 있고 우리들의 하루가 햇빛, 구름, 비, 바람, 눈과 더불어 사는 인생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겨울의 길목에 서서 길거리를 바라보면 싸늘한 날씨에 잔뜩 웅크린 사람들과 이리 저리 나뒹구는 낙엽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한 이파리의 나뭇잎이 떨어짐으로 해서 천하가 다 아는 "아! 가을이 지나가고 있구나! 겨울이 다가오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플라타나스의 누런 잎이 낙엽이 되어 뒹굽니다.

은행나무의 노오란 잎이 낙엽이 되어 뒹굽니다.

벚꽃의 뻘겋고 누런 잎이 낙엽이 되어 뒹굽니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낙엽이 되어 스산한 거리를 이리저리 바람 부는 대로 나뒹굴고 있는 낙엽들이 참 애처로워 보이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그 속에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흩날려 사람들에게 쓸모없이 짓밟히고 있지만 흙으로 돌아가 이듬해 봄의 약동을 준비하는 성(聖)스러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무심천에 마구잡이로 돋아나 바람에 흔들려 나부끼며 외롭고 쓸쓸한, 그래서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낙엽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갈대의 모습이 자신도 힘이 없지만 어쩌면 "모든 것들을 함께 나누려고 혹은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때로 낙엽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의 고독과 허무와 무상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 슬픈 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 지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며 활기찬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더 큰 기쁨과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흙으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이 성(聖)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낙엽을 보고 있노라면 그 속에서 우리에게 힘과 용기와 소망을 주는 예수님의 은총의 사건을 기억하고 감사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것을 모아 태우면 그 속에는 진한 커피의 향기도 배어 나오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의 정취를 느끼기도 하고,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향기로운 냄새를 느끼게 됩니다. 낙엽 태우는 냄새는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그 귀한 연기를 마음껏 마시면 그윽한 향기가 몸의 구석구석 배어서 깊은 산속에 들어갔을 때와도 같은 신선한 만족을 느낍니다. 자신이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몸치장을 했던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버리는 모습이 예수님의 모습을 생각나게 해 줍니다.

성경에 보면 욥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비하시켜 사용한 말이 낙엽입니다.

"주께서 어찌하여 날리는 낙엽을 놀라게 하시며, 마른 검불을 뒤쫓으시나이까"(욥기 13장 25절). 실제로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구르는 낙엽같이 하찮은 존재이나 그분이 귀히 여기셔서 여러 가지 은혜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지나가는 가을의 마지막 주간을 아쉬워하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보듬을 수 있는 귀한 마음과 새로움으로 태어나기 위한 참고 기다림이 우리 속에 넘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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