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케팅 현장을 가다 <1>
도시마케팅 현장을 가다 <1>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11.25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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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혼 깃든 온천 바트블루마우
완만한 구릉과 평지를 그대로 살린 녹색공간에 들어선 리조트 시설 전경.

초원 위 예술품 세계 명소 부상

오스트리아 작은마을에 조성… 예술가 디자인

친환경 건물·곡선의 미 조화… 지역경제 활기

충청타임즈는 기획시리즈 '도시마케팅 현장을 가다'를 7회에 걸쳐 보도한다.

'도시마케팅 현장을 가다'는 국내·외 사례와 청주의 직지를 활용한 발전 방향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기획으로 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했다.

이번 시리즈는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지역적 특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역정체성과 공동체 복원, 지역경제 활성화, 차별화 방안을 모색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충청타임즈 등 전국 15개 신문사가 공동 참여한 이번 기획은 1박2일 일정의 프레스센터 워크숍에 이어 강원도 영월군·태백시, 충북 단양군, 경북 안동시 등 2박3일의 국내취재와 해외취재가 병행됐다.

해외취재는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8일까지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4개국 7박9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오스트리아 '바트블루마우'는 예술가의 손길이 또 하나의 온천에 머물 수 있었던 곳을 세계적 명소로 탄생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오스트리아 남부 스트리아주 작은 마을에 조성된 온천 바트블루마우는 땅에서 솟은 듯한 친환경 건물과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치장한 시설들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동화의 나라, 작은 마을에 초대받은 듯한 방문객들은 노랑, 핑크, 갈색 등 고채도 색상과 물결 치듯한 선이 장식된 건물 디자인에 매료된다.

완만한 구릉과 평지를 그대로 살린 녹색공간에 들어선 시설에는 직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건물외형은 물론 룸, 복도, 실외 수영장, 조형물까지 예외 없다.

화려한 컬러로 장식한 건물 옥상에는 잔디와 종려나무를 심었다.

아래 위로 울퉁불퉁해 보이는 선과 반원과 사선의 건물 끝선은 오스트리아 푸른 하늘과 잘 조화를 이룬다. 건물 사이로 미로 같은 오솔길이 놓여 있다.

석유개발을 하다 온천수가 발견되면서 운명이 바뀐 바트블루마우는 초원 위에 마치 예술품을 올려 놓은 듯하다.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라는 디자인 설계자 훈더트 바써의 철학이 깃든 곳이다.

1970년대 말 정유회사(OMU)는 석유를 시추하다 발견한 온천공이 개발의 단초를 제공했다.

한동안 중단됐던 온천 개발은 지자체와 의회의 추진과 주정부의 도움(대출)으로 1997년 5월 완공됐다.

개발을 맡은 로버트 로그너는 섭씨 100도의 분출성 고품질 온천수를 자원으로 리조트 마스터플랜을 짜다 아티스트 훈더트 바써를 만난 후 모든 사업을 의뢰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온천수를 사용한 리조트 수영장으로 인근 민박에서 묵은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다.

훈더트 바써의 디자인으로 개발이 시작되자 15만명이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로 꼽히는 그의 예술혼은 온천 리조트에 머물 수있던 곳을 고유의 기능과 예술, 지역경제가 함께 호흡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8500㎡ 규모의 리조트는 312실(1인당 140유로·4인가족 400유로·1유로 1540원)에 700명이 투숙할 수 있다.

연인이나 어른, 아니, 가족단위 할 것 없이 전 계층에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체요법과 전인의학원 등 클리닉과 스포츠 시설, 어린이들을 위한 어드벤처 클럽을 갖췄다. 단체를 위한 특별 콘퍼런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유롭고 편안함을 갖춘 시설은 오스트리아 제너럴 모터스 등 유럽 기업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이는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육류, 샐러드, 약초, 달걀 등 농축산물은 모두 인근 농가들이 납품한다.

숙박시설이 전혀 없던 주변 마을에는 민박과 음식점이 하나 둘 생겼다. 민박 이용자들도 리조트 시설 할인·무료입장 방식도 택했다.

온천개발 초기 찬반논란이 있었으나 로그너는 고용보장과 농산물 구입, 개발 비전을 제시했다.

바트블루마우의 꾸준한 지역사회 환원사업과 '윈-윈' 전략은 주민들의 애착과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예술가가 빚어낸 상상력, 철학이 깃든 시설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운영 시스템, 지자체의 노력이 황무지에 생기를 불어넣은 현장이다.

◈ "황무지가 마을 살리는 효자로"

인터뷰 - 멜라니 프랑케 총지배인

300명 직원 대부분 주민

수익 일부 지역위해 사용

"리조트가 들어선 이후 39개의 여관과 민박, 2개의 호텔이 들어섰고, 한 해 15만개의 객실이 이용되고 있지요. 쓰레기매립장 후보지로 거론될 정도로 황무지였던 곳이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했고, 마을 소득과 고용 창출을 하게 된 셈입니다."

멜라니 프랑케 총지배인(사진)은 철저한 주민 고용원칙과 수익 환원을 기본 기조로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다른 호텔이나 민박을 운영하더라도 리조트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고, 300여명의 직원 대부분이 인근 주민"이라며 "관광객에게는 1인당 2유로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시행돼 수익 중 일부가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쓰인다"고 설명했다.

멜라니 프랑케씨는 '단골고객'을 지향하는 마케팅과 지역밀착형 운영이 성공을 가져온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의사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다양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했더니 입소문이 퍼져 한번 다녀간 고객은 몇 번씩 방문한다"며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설립자 로그너씨 부부의 전 재산과 주 정부의 30년 상환 조건 대출로 시작했지만, 11년 만에 빚을 모두 갚았다"고 소개한 멜라니 프랑케씨는 "상환 전에는 주 정부의 간섭도 있었지만, 독립적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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