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과 도토리
야생동물과 도토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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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보은 회인중 교사>

도심 속에 멧돼지가 나타나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도토리 흉년으로 먹이가 부족하여 도심까지 내려 오는 것으로 알려져 불쌍하기만 하다. 도토리는 흉년이 드는 해에 유난히 많이 달려 사람들의 구황식품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참나무들은 어떻게 흉년이 들 것을 알고 많은 도토리를 사람들에게 선물했을까?

도토리는 참나무류에 달리는 열매의 총칭이다. 우리나라에는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류가 6종이 있다. 도토리로 만든 묵을 피란 갔던 임금님이 좋아해 늘 수라상에 올렸다고 해 상수리나무, 나무껍질이 두꺼워 세로로 깊은 골이 파져 골참나무로 부르다가 변한 굴참나무, 가을 늦게까지 낙엽이 남아 있어 가을참나무란 뜻의 갈참나무(가랍나모), 열매와 잎이 가장 작아 졸병참나무라고 하지만 참나무 중에서 가장 큰 졸참나무, 잎으로 떡을 싸 먹는다 하여 떡갈나무, 짚신 밑에 잎을 깔아 썼던 신갈나무 등이다. 이들 참나무는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도토리는 야생동물의 먹이뿐 아니라 흉년에 특히 열매가 많이 열려 구황작물로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목재는 땔감으로 많이 이용되고 천마나 표고 재배에 사용된다. 또 단단하면서 질기고 잘 썩지 않아 움막집, 건축재, 선박재, 가구재, 농기구 재료 등 여러 가지 용재로 사용된다.

근래에는 참숯이나 목초액을 만드는 데 많이 이용된다. 껍질은 굴피집의 지붕으로 쓰이기도 하며 껍질이나 잎을 약용하거나 염색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참나무가 어떻게 흉년이 드는 것을 알아 사람들을 기근으로부터 구해 주었을까?

참나무 종류는 봄 가뭄이 오기 쉬운 4~5월에 꽃이 피어 서로 교배가 되는데 맑은 날이 계속되면 꽃가루가 잘 날아다녀 수정이 잘 된다. 따라서 가을에 많은 열매가 달리는 '도토리 풍년'이 온다. 반대로 비가 자주 오면 농사는 풍년이 들어도 참나무는 수정이 되지 않아 도토리는 흉년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로 참나무는 항상 일정한 도토리를 맺지 않고 어느 해 갑자기 많은 도토리를 만들어 낸다. 참나무 입장에서 보면 항상 일정한 도토리가 달리면 일정한 수의 포식자(다람쥐 등)가 도토리를 먹어치우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해 갑자기 많은 도토리를 생산하면 포식자가 먹고 남는 도토리가 생기게 되어 번식에 유리하다. 또한 매년 많은 양의 도토리를 만드는 것은 많은 영양분이 소모되는 것으로 참나무 자신에게도 큰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해걸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땅에 묻어두는 습성이 있다. 겨울을 대비해서 본능적으로 저장해 놓는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묻어둔 도토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덕분에 땅에 묻힌 도토리는 싹을 틔워 다음 세대의 참나무 숲을 이어 가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람쥐와 참나무가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부터 이런 다람쥐나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를 사람들의 건강식을 위해 싹쓸이 해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도토리도 흉년이어서 멧돼지의 먹이가 줄어 자꾸 도심까지 내려오고 있는데, 이제 도토리는 야생동물들에게 양보하는 여유를 가질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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