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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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반대도 있었고 찬성도 있었지만, 어쨌든 공사는 끝났고 광대한 토지가 늘어났다.

거기에 농사를 지을지, 산업 단지를 만들지는 이제 그 땅과 이해 관계가 얽힌 사람들의 이익에 따라 무엇이든 이루어질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땅이 늘어났다.

개펄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 바다에 살던 많은 생명들은 죽거나 사라졌다개발의 논리는 분명하다.

잘 살자는 것, 지금보다 더 잘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러자니 천성산의 도롱뇽도 죽어야 하고, 원흥이의 두꺼비도 그 터전을 잃어야 했다 그 자리에 인간의 욕심이 들어섰다.

반대도 많고 찬성도 많다.

문제는 더불어살자는 의견은 번번이 묵살됐다는 점이다.

-지금보다 더 잘살아야 한다는 경제논리에 의한 패배다.

아마 우리 현대인들은 당대만 잘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한가보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물질적 부’ 이외에는 생각을 안 하는가 보다.

그렇게 늘어난 국토에, 늘어난 땅이라면 가격도 오르지 말아야 할텐데,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각종 투기와 편법이 난무하여 땅값은 오르고 올라 잡을래야 잡히지 않는 토끼가 됐다.

2006년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란다.

그러나 삶의 질에 있어서는 세계 215개국 중에서 94위란다.

(서울 기준) 땅이 는다고 해서 삶의 질까지 높아지는 것이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가진 것에서 얼마나 누릴 수 있느냐일텐데 그것은 아랑곳 않는다.

오직 많이 갖겠다는 욕망으로만 치닫는다천 년 전 고려 시대의 노래다얼음 위에 댓잎 자리 보아님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정든 오늘 밤 더디 새오소서 더디 새오소서- 고려 가요 - 만전춘(중략)얼음 위에서 댓잎을 깔고 자더라도 님과의 사랑이 행복의 기준이 된다는 내용이다.

많이 가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너무 과도하게 가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당대의 삶에서 누리고 나머지는 적당히 남겨 두어야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너무 많이 가지려고 한다.

개펄을 메워서, 산을 뚫어서, 두꺼비의 터전을 뺏아서라도 갖고 또 가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제 적당히 하자. 개펄도 두꺼비도 도롱뇽도 다 이웃이 될 수 있다.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도 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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