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모정(母情)
수능 모정(母情)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11.1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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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문종극 편집국장

대한민국의 부모들, 특히 엄마들은 대단하다.

자식을 향한 끝없는 모정(母情)은 어제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어제 전국 도심 주변의 주요 사찰과 성당, 교회 등은 어머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사장을 향해 성큼성큼 뛰어가는 자식을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는 통제선, 철제 교문에서 저만치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이미 눈 안에 그렁그렁하게 고여 있는 눈물을 통해 흐릿하게 확인하고 돌아서는 어머니들, 아니 엄마들.

자식이 시험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시간을 그냥 앉아 있을 수 없는 그 마르지 않는 모정이 결국 교문에서 교회로, 사찰로, 성당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

기도를 드리고 축원을 하는 간절한 모정은 고사장 밖이지만 수험장 안에 있는 자식의 한순간 한순간과 함께함이다.

일부 사찰은 이런 모정이 줄을 이으면서 대웅전 안에는 물론이고 난간과 마당까지도 절절함으로 가득했다.

교회와 성당도 마찬가지다.

수능 일정에 맞춰 수험생 자녀들을 둔 성도들을 위해 특별기도회를 연 대부분의 교회와 성당은 수험생들의 이름이 붙여져 있고 엄마들은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어떤 엄마는 미리 복사해 둔 자녀의 수험표와 성경책을 나란히 두고 기도하고 어떤 엄마는 묵주를 한 알 한 알 만지며 속울음을 한다.

자식이 휘익 쳐다보고 사라진 고사장 교문 밖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엄마들도 있다.

그들의 마음 역시 고사장 안의 자식과 함께 한 문제 한 문제를 풀어나갔을 것이다.불운하게도 시험 당일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을 질질 끌고와 고사장 안에 넣고 하루종일 피울음을 운 엄마도 있다. 가슴에 피멍이 들었을 게다.

딸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정성을 들였다.", "아이가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긴장하지 않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기도했다.", "아들이 삼수에 대한 중압감을 심하게 느꼈다. 엄마는 괜찮으니까 그동안 노력한 만큼만 잘 봤으면 한다.", "아들이 재수를 했는데 작년에는 복잡한 일이 많아서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했다.", "아이가 시험이 끝날 때까지 함께 있었으며, 점심도 아들이 밥을 먹는 시간에 맞춰 먹었다.". "아들과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교회를 찾았다.", "수능시험 잘 보고 대학생이 된 딸의 모습을 보고 싶다."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고 노력한 아들이 자랑스럽다.이날 언론에서 전한 수능 모정이다.

각별한 사랑이 담긴 엄마들의 간절함이다.

이들이 이런 엄마의 마음을, 깊은 사랑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한참 세월이 흘러 그런 어머니를 잃고 나서 자식은 비로소 그런 모정을 안다고 했나.

정인보는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아라~/로 시작되는 자모사(慈母思) 을 읊었다. 그는 또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풀 욱은 오늘 이 살붙어 있단 말가/ 빈 말로 설운 양함을 뉘나 믿지 마옵소/로 끝나는 긴 연시조도 남겼다.

이승에서 볼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이다. 어머니를 잃고 나서 그제서야 깊은 모정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자기를 낳아 준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면 엄마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부르는 서러운 노래다.

어머니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엄마들. 당신들의 위대함을 또 한 번 느꼈나이다. 수능 모정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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