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악어새
혈세 먹는 악어새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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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하면 떠오르는 것이 사랑의 열매다. 세 개의 빨간 열매는 나, 가족, 이웃을 상징한다. 열매의 빨간색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진 줄기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뜻을 지닌다. 해마다 12월이면 어김없이 사랑의 열매가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랑의 열매는 1970년 초부터 수재의연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할 때 보건복지부 산하 이웃돕기추진운동본부에서 사랑의 열매를 상징으로 사용해 왔다.

사랑의 열매 형태는 우리나라 야산에 자생하고 있는 산열매를 형상화했다.

지난 2003년 2월, 산림청에서 매월 선정하는 '이달의 나무'에 백당나무를 선정하면서 사랑의 열매를 언급하여 화제가 되었다. 산림청은 나·가족·이웃이 사랑의 마음으로 하나가 되자는 사랑의 열매처럼 겨울 눈꽃 사이로 매는 추운 계절에 우리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과 이웃사랑에 대한 실천의 상징을 닮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사랑의 열매' 배지는 사회복지성금을 기부한 시민들에게 사랑을 실천한 징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 막바지에 터져나온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부정과 비리사건은 성금기부자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모금회 인천지회의 A팀장은 2007년 11월 시민이 기탁한 성금 300만원을 분실했다며 이를 감추기 위해 장부를 조작했다. 분실한 것인지 유용한 것인지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기부받은 10만원짜리 상품권 30장의 사용처도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인천지회는 또 모금현황을 알려주는 '사랑의 온도탑'을 2006년 제작한 후 이를 매년 재사용하면서도 해마다 1000만원 안팎의 신규 제작비를 지출한 것으로 기록했다. 온도탑 제작과 9000여만원의 다른 실내공사도 직원의 친척으로 의심되는 부실업체에 맡겼다. 경기지회 한 간부는 유흥주점 음식점에서 법인카드로 성금 3300만원을 탕진했는데도 모금회측은 아무런 법적조치를 안 했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1997년 제정된 사회복지 공동모금법에 따라 설치된 정부가 승인한 국내유일의 법적모금단체다. 단순한 불우이웃돕기 행사가 아니라 전국의 사회복지기관과 시민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었다. 그래서 다른 사설 모금단체와는 달리 도덕성과 성금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돼 모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왔다.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린 탓에 공동모금회의 운영은 방만하고 부실했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했다가 적자를 내 보건복지부의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2007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23차례 주의와 경고 등을 받았고 작년에는 감사원으로부터 지원금 부당 추천, 배분 부적정 등으로 13차례 지적을 받았다. 붉은 색 '사랑의 열매'가 무색해질 일이다.

심한 배신감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앞으로 누가 '사랑의 열매'를 믿고 성금을 기부하겠는가.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전국의 각 지회에 대해 정밀감사를 계속한다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리가 더 쏟아져 나올지 알 수 없다.

이 단체를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이 단체의 깨끗하고 투명한 성금관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신뢰성 회복이 가장 급한 일이다. 정부는 모금회에 대해 모금과 자금집행 내역에 대한 감시체제를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사람이 따뜻한 가슴을 잃으면 불행해진다고 한다. 온정을 가슴에만 담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 온정을 나누는 데 주저하지 말자"는 모금회의 외침이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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