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이 뭐기에
4대강이 뭐기에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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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어제 오후에는 무려 4시간20분간 4대강 토론회에 잡혀 있었습니다.

충북도가 주최하고 4대강사업공동검증위원회가 주관한 이 토론회는 찬반으로 나뉘어 발제 각 1인, 토론 각 3인, 그리고 객석에서의 토론이 무한정 이어졌습니다.

찬반의견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토론장에 나온 여러분들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 인신공격도 불사하는 일방통행의 고함과 맞고함이 도돌이표처럼 수없이 계속됐습니다.

정작 4대강은 어디가고 작천보와 백곡저수지를 비롯한 크고 작은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4대강과 연계된 충북관내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특히 주민들은 자기 동네의 저수지 둑 때문에 아래위동네 간에 생사를 건 양 첨예하게 대결을 벌였습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목소리로 마이크가 깨지라고 고함치며 삿대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누가, 이분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내몰았는가. 한동네에서, 아래위동네에서, 평소 형님아우하며 살아온 이들이 상대를 부정하고 대면조차 않게 된 것이 무엇 때문인가요. 이것이 과연 백성을 위하는 정치며, 공정사회로 가는 선진국가의 길일까요.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에 미치지 못해 어렵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지금처럼 관개시설이 잘 돼 있는 터에 물 때문에 죽고 사는 일은 없었잖습니까.

나름 평화로웠던 농촌마을이 서로 웬수처럼 미워하고 패를 지어 싸워서야 되겠습니까.

맺힌 앙금이 얼마나 쌓였으면 체면불고하고 마구 쏟아내겠습니까. 정말이지 이건 아닙니다.

소왈 지식인, 전문가 그룹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었습니다. 차마 필설로 담기 민망하지만 4대강사업은 이미 저질러졌는데 한참이나 지났는데 무슨 소리냐고 합니다.

수 십년 전 만든 보(洑)가 흑백텔레비전이라면 21세기 기술로 새로 놓을 보는 컬러티브이라고 합니다.

내 돈 하나 안 들이고 최신 보로 바꾼다는데 뭔 말이냐고 합니다.

보가 하천의 수량을 늘린다거나 저수지 둑을 높이 올려 물을 많이 확보하여 보에 갇혀 썩는 물에 흘려보내 (희석시켜) 강물을 맑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물은 수출까지 하자는 데 이르면 할 말을 잃게 됩니다.

더욱 물(水)이나 토목 전문가 아닌 비전문가가 검증이나 토론에 나서는 게 말이 되느냐, 도지사는 무슨 법적 근거로 검증위원회를 만들었느냐, 말씀에는 기가 막힙니다.

잘못된 것이면 더 늦기 전에 중단하고 철거하는 것이 그나마 훗날을 위해 나은 것이며, 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선진국의 사례가 이 순간에도 말해주고 있잖습니까.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가 가장 이른 때입니다. 21세기 토목기술로 놓는 보가 컬러티브이라면 보를 헐어 본래대로 돌려놓는 것은 최첨단 증강현실을 채용한 스마트폰이라 말씀드리고 싶군요.

충북의 예산 안 들이고 공짜로 보 놓는다지만 국비는 혈세 아닌가요.

잘 아시는 얘기,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대사는 꼭 돼지같이 생겼소?"라고 하자, 무학대사는 "제 눈에는 대왕께서 부처님같이 보이십니다."하고 응답했죠. 태조가 "어찌 그렇게 보이느냐?"고 되묻자 "돼지 눈으로 보면 돼지로만 보이고, 부처님 눈으로 보면 모든 중생이 부처님으로 보입니다."라고 했다는 고사가 뜻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찬성을 하든지 반대를 하든지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주장을 경청할 수 있어야 불국토까지는 아니라도 사람세상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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