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56>
궁보무사 <5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0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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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용아씨의 복수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자 부용아씨는 또다시 명랑해졌고, 한벌성 사람들과 팔결성 사람들은 언제 그러한 일이 있었느냐싶을 정도로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한벌성주 역시 팔결성과의 관계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호 강물 사이를 두고 배치해 놓았던 경비 병사들의 숫자를 대폭 줄였고 팔결성 사람들이 자유롭게 미호강을 배타고 다니며 장사하는 것도 묵인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용아씨가 율량 대신을 내전 안으로 은밀히 불러들였다.

잔뜩 긴장을 하며 들어간 율량대신에게 부용아씨는 천만 뜻밖의 말을 건넸다.

“이제 시간이 어지간히 지났으니 죽은 제 아기의 복수를 시작해야겠어요. 율량님께선 팔결성주 오근장을 죽일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세요.”“아, 아니……. 그, 그게 무슨?”율량은 그 당시 너무나 기가 막히고 황당한 기분이 들었기에 부용아씨를 그저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다음 말을 얼른 잇지 못하였다.

“제가 지금 농담을 하자는 게 아니어요. 율량, 제발 부탁이어요. 만약 제가 죽은 아기의 원수를 갚지 못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내 목에 칼을 꽂아 깨끗이 죽고 말겠어요.”부용아씨는 이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날이 시퍼런 단도를 꺼내가지고 자기 목젖 위에 바짝 갖다 대었다.

“으아악! 아씨! 제발,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도와드리겠습니다요. 네, 도와드리지요.”율량은 아차하면 자기 목을 그대로 푹 찔러가지고 죽어버리려는 부용아씨를 발발 떨어가며 간신히 말렸다.

“어서 빨리 좋은 방법을 얘기해 보세요. 율량님께서는 머리가 좋으시니 좋은 방법을 금방 쉽게 떠올리실 수 있을 거예요.”부용아씨가 꺼내든 칼을 도로 거두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자기 목을 따버릴 수 있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기에 율량은 여전히 모골이 송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어, 아씨께서는 팔결성에 들어가 오근장 성주와 2년 가까이 함께 사셨는데, 그때 느끼셨던 그의 약점 같은 건 없는지요?”율량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글쎄요. 그런 인간에게 약점이 어디 한두 가지만 있나요? 생각나는 건 모조리 그의 약점들 뿐이니 뭐라고 딱 찝어서 말씀드리기가 참 뭣하네요.”부용아씨가 쓸쓸한 미소를 입가에 한가득 띠우며 대답했다.

“그래도 그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이 있다고 한다면….”율량이 두 눈을 반짝거리며 다시 물었다.

“그거야 시도 때도 없이 무조건 여자를 밝히는 것이죠. 내가 말을 하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그 늙은 놈처럼 더럽고 지저분하고 채신머리없이 성행위를 즐기는 사람도 드물거라구요. 놈 때문에 팔결성 처녀들이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는지 몰라. 도대체 요즘 귀신들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걸 안 잡아가고…….”부용아씨가 푸념을 하듯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하하하……. 그렇다면 아주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 율량은 회심의 미소를 한입 가득 머금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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