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60>
궁보무사 <6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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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부용아씨의 복수

“그러면?”“돌아가신 아버님께 제가 전해 듣기로는, 그 당시 팔결성주 오근장이 저의 어머님을 몰래 겁탈하려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옵니다.

”“겁탈이라니? 그럼 오근장 성주가 옛날 네 어머니를 겁탈이라도 해버렸다는 것이냐?”“오근장 성주가 만약 저의 어머님을 제대로 겁탈하였더라면 저와 아버님이 이곳으로 몰래 도망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모든 작물을 심기에 딱 알맞은 어느 늦은 봄날 오후, 밭에서 한참 일을 하시다가 잠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계시던 저의 어머님을 보고 마침 그 앞을 말타고 지나치던 오근장 성주가 갑자기 성충동을 느꼈나 봅니다.

오근장 성주는 함께 있던 부하들을 멀찌감치 떨어져 있게 해놓고는 잠자고 있던 어머니에게 다가와 그대로 덮쳤다지요. 그때 저의 어머님은 외간 남자가 별안간 덮치자 깜짝 놀라 잠을 깨었고, 너무나 급박한 김에 오근장 성주의 팔뚝을 아자작 깨물어 버렸다지요. 결국 이것이 커다란 화근(禍根)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기 팔뚝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웬일인지 상처가 좀처럼 낫지를 않자 오근장은 자기가 원인제공을 하였던 파렴치한 짓거리 따위는 전혀 생각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며 우리 어머니를 무작정 성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지요. 오근장 성주는 계속 반항하며 앙탈을 해대는 어머니의 위아래 이빨들을 불집게로 모조리 뽑아내거나 망치로 쳐서 깨뜨려 버렸고, 그것으로도 성이 안 차고 분이 덜 풀렸던지 저의 어머니가 바닥에 고꾸라진 채 피를 토하며 죽을 때까지 장작개비로 마구 때리게하였다지요. 게다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있던 아버지와 어린 저, 그리고 철부지 어린 동생들을 강제로 몽땅 붙잡아오게 해서 굶주린 개들이 미쳐 날뛰고 있는 커다란 동굴 우리 안으로 우리 모두를 몰아넣어 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나이 어린 제 동생들은 큰개들에게 물려 뜯겨 죽었고, 저와 어버지는 온 몸을 개에게 이리저리 물려 뜯겨 거의 치유하기 힘들 만큼 큰 상처를 입고 말았습지요. 그때 나이가 어린 저는 너무 무서워 개들이 달려들 때 두 손으로 얼굴을 악착같이 가리고만 있다가 하필이면 남자의 귀중한 아래 그곳을 개에게 물어뜯겨버려 평생 남자 구실을 할 수가 없는 몸이 되고말았습니다.

”양지는 이런 끔찍스러운 과거를 말하면서도 마음의 수양이 워낙 잘 된 탓인지 외관상으로 감정의 기복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어허! 그거 참 안된 일이로구나. 그래서 어찌 되었느냐?”율량은 진작에 이미 다 들어서 아는 얘기이지만, 옆에 있는 부용아씨의 표정 변화를 살펴보기 위하여 그에게 얼른 다음 말을 재촉해댔다.

“그때 저와 아버님은 개들에게 사정없이 많이 깨물리긴 하였지만, 나이 어린 제 동생들의 살과 뼈가 훨씬더 연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줄 알았는지 개들이 갑자기 그곳으로 모두 몰려가는 바람에 그곳에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가 있었지요. 아버님과 저는 무작정 강가로 도망쳐 나오다가 마침 고깃배를 몰고 있는 친척 아저씨를 만나 도움을 얻어 미호강물을 건너 이곳 한벌성 안으로 무사히 들어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양지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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