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가경터미널시장
청주 가경터미널시장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9.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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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문종극 편집국장

국내 유통시장 개방은 유통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거대 공룡 유통업체의 등장은 기존의 전통시장을 하루아침에 집어 삼키는 결과를 낳았다. 소상인들의 아우성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편리하고 쾌적한 쇼핑환경과 고급화를 요구하는 고객욕구에 부응하는 대형할인점들이 무차별적으로 상권을 잠식하면서 상대적으로 전통시장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편의시설과 경영방식 등 경쟁구조가 취약한 전통시장이 약화되면서 당연히 지역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전통시장특별법'을 만들고 다양한 정책을 구사했다. 주차장을 만들고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브랜드 개발·공동구매 등의 경영을 지원하고 전담지원센터를 만드는 등 나름대로 소프트웨어에도 신경을 썼다.

이 같은 노력으로 수년이 흐른 지금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춰가는 시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시장은 대형할인점에 비하면 쇼핑환경·상품구색·편의시설 등 전반적인 유통시설이 취약하다. 고객을 유인하는 흡인력이 절대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전통시장만의 특성화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상인들 스스로의 자구노력으로 흡인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구매력 강화와 매출 파워를 키워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대형할인점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한계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가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시장의 특성화가 중요하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는 정부 정책이 아니라 상인들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맥락으로 보면 청주 가경터미널시장 상인들이 앞서가는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토요일에 이곳에 가면 마치 잔치판이 벌어진 듯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시장 상인회와 문화예술 기획·공연 단체인 '청주놀이마당 울림'이 지난 7월부터 '토요 문화 난장-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거리 예술가'라는 문화행사를 펼치고 있다. 통기타 공연, 마당극, 록그룹의 밴드, 판소리 등 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공연이 펼쳐진다.

그뿐이 아니다. 방송국도 있다. '겉절이 방송국'이다. 배추를 감칠맛 나게 버무린 겉절이와 같이 시장의 활력소가 되겠다는 뜻에서 붙여진 방송국 이름인데 시장 내에 작은 방송 부스를 설치하고 상인들이 스스로 대본을 작성하고 진행을 한다.

토요일마다 전통시장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와 상인·동네주민들의 소식, 각 업소에서 판매하는 제품 등을 소개하는 등 토크쇼 형식으로 방송이 진행되는데 그야말로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방송이어서 장을 보러 나오는 주부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기 시작했다는 것이 상인들의 귀띔이다.

손님들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 있게 쉴 수 있는 문화사랑 카페인 '다정다방'도 만들어 놓고 있다. 토요일이면 그 옛날 시끌벅적한 장터를 연상케 한다.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지만 특별히 팔거나 살 물건이 없어도 가고 싶었던 그런 아주 먼 옛날의 장터 말이다.

이를 가경터미널시장만의 특화된 문화로 만들어 간다면 대형할인점을 뛰어넘을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 매출파워 형성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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