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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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9.1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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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아이돌 걸그룹, 아이돌 가수 등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을 넘나들며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가수들이 아이돌이다.

예능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아이돌 한두 명쯤은 출연시켜야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 정도란다. 그런데 아직도 아이돌이 걸그룹 '소녀시대'처럼 한 그룹의 이름이거나 나이가 젊은 가수들의 통칭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층에서 심하다. 얘기들, 아이들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아이돌(idol)은 본래 우상(優像)을 뜻하는 영어다.

어원은 그리스어이지만 변천돼 오늘날 아이돌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가 빈번하게 듣고 칭하는 아이돌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지금 사용되고 있는 아이돌은 원래의 뜻에 사족이 붙어 10대들의 우상, 즉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가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하려면 idol(아이돌)이 아니라 십대들의 우상, 즉 'the idol of countless teenagers'로, 아니면 'teen idol'(틴 아이돌)쯤으로 사용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의 아이돌은 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로 통칭되고 있다. 이는 10대들에게 인기를 끄는 그룹들이 대거 등장한 2000년 초부터 언론이 이들에 대한 기사를 폭발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아이돌이라고 줄여 사용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어쨌든 모두가 아이돌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고 사용한다면 따르면 된다. 어차피 문자와 언어는 그렇게 쓰고 그렇게 말하기로 한다는 서로 간의 약속된 과학이니만큼 태클을 걸 필요는 없다.

문제는 아이돌 가수들의 연령대가 청소년이거나 20대 초반이 대부분이지만 점점 낮아져 요즘은 초등학생까지도 등장하는 데 있다.

초등학생까지 연령대가 낮아진 아이돌이 일단 무대에 올려지면 미성년자인 10대가 아니다. 그저 연예인일 뿐이다. 노출이 심한 차림이나 모습도 시청자와 관객들은 미성년자가 아닌 연예인으로 보며, "연예인이니까"라는 무의식으로 넘어간다. 미성년자들이 성적 대상화가 된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안형환 국회의원은 일부 걸그룹이 13~15세 청소년 고용 시 의무적으로 취직인허증을 발급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있다며, 초등학생 등 어린 청소년을 노출 경쟁이 치열한 선정적 무대에 세우는 연예기획사의 상혼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의 최근 조사에서도 연예인으로 활동 중이거나 지망하는 10대 청소년 10명 중 1명이 특정 신체 부위의 노출을 강요당하는 등 성적 대상화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세 미만 청소년 연예인 중 연예인 활동 시 다리,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노출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10.2%였으며, 특히 여성 청소년의 경우에는 이런 노출을 강요당했다는 응답이 60.0%에 달했다는 것이다. 9.1%는 연예인 활동 시 무대나 촬영장에서 애무, 포옹, 키스 등 선정적인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도 응답했다.

연예인 아이돌의 성적 대상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아이돌의 부정적인 측면은 요즘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소년 성추행 급증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백희영 여성가족부장관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대책을 위한 대책이 아니길 바란다.

방송과 연예계를 포함한 범국가적인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분명 필요해 보인다. 아이돌은 아이돌일 뿐 성적 대상화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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