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해열제는 이제 그만
진통제·해열제는 이제 그만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9.0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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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강연철 <음성 감곡성당 보좌신부>

사람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끙 끙 앓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된통 아파야 몸에 열이 나게 되고, 그 열로 몸 안에 생겼던 좋지 않은 것들이 없어져 큰 병을 막기 때문입니다. 몸 안에 자정능력이 있어서 나쁜 것들을 스스로 쓸어 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끔씩은 몸살이 나서 아프고 열이 나게 되면 아픈 것을 그대로 두어야지 인위적으로 막거나 지연시키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만 들어보면 그 설명이 일리가 있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그런 사실을 듣고부터 저는 몸살이 나거나 열이 나면 약을 먹지 않고 제대로 앓을 작정을 하고 몸져 눕습니다. 덕분에 며칠을 푹 쉬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빨리빨리', '즉시즉시' 문화에 너무도 젖어 살다 보니 진득하니 참는 것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아프면 즉시 그에 관련한 약을 찾아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열이 오를라 치면 열 내리는 해열제를 바로 먹고, 몸살이 나면 몸살약, 기침이 나면 기침약을 먹어 버립니다. 아픈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 보지 않은 채 드러나는 현상만을 가지고 처방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약을 쓰면 당장은 낫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종국에 가서는 미봉책일 따름이며 병을 키우게 될 것입니다. 몸 안의 자정능력으로 없어질 수도 있었던 나쁜 세포들이 약을 남용하는 사이에 암덩어리가 되어 멀쩡한 사람을 한 방에 '훅' 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자정능력은 사람의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이 땅에도 있습니다. 며칠 전 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를 지나갔습니다. 이번같이 추수 때가 가까운 경우 농민에게 있어 태풍은 재앙입니다. 농민들에게 태풍은 큰 손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큰 틀 안에서 바라 본다면, 자연의 움직임은 정화와 순환이라는 긍정적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마다 찾아오는 태풍은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간이 오염시키고 부자연스럽게 만든 자연을 정화하는 것입니다. 강을 정화하고 바닷물에 산소를 공급하는 모습으로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태풍과 홍수, 지진과 폭염은 지구가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한 꿈틀거림이며, 아프다는 신호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런 지구의 몸부림에 대해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홍수로 인한 손해를 막겠다며 제방을 더 높고 단단하게 콘크리트로 쌓고 있으며, 산을 깎아 내리고, 바다를 메우는 인위적인 공사에 열중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감기 몸살에 해열제, 진통제, 종합 감기약을 마구마구 먹어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 공사는 눈앞의 단기적 예방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몸부림에 귀 기울이지 않는 단기 처방이 얼마나 그 효과가 지속될까? 그것이 못 일어나게 붙들어 매고, 막고, 시멘트로 포장해서 키운 큰 병을 나중에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피해와 비용은 누가 감당하라는 것인지, 사랑하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민중의 촛불이 태풍이 되어 운집하던 서울광장이 시민에게로 돌아올 것 같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곳은 작은 목소리의 시민들까지도 아픔을 토로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귀한 마당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들을 두고 일부 사람들은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병적 행태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픈 사회란 일사불란하게 통제된 획일화된 사회입니다. 우리는 이 사회가 '경제성장'이나 '친서민 정책'이라고 하는 진통제와 해열제만을 처방하다가 한 방에 '훅' 가버리기 전에, 다소 잡음과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민주주의 자정능력에 맡겨 건강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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