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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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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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달이 솟아오르는 창가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 두었건만손을 핥고연신 등을 부벼대는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나는 처마끝 달의 찬장을 열고맑게 씻긴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아무 것도 없구나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 보렴.-문학동인지 ‘두타목’(창조문학사) 중에서<감상노트>누군가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밥 한 사발의 나눔을 생각한다.

입안의 비린내를 헹구고 기다리는 저녁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미처 마음의 비린내를 헹구지 못한 마음이야 어쩌랴. 시인의 직업은 가난이다.

맑게 씻은 희고 둥근 접시 하나에 배고픔을 담아 내온다.

달의 찬장에는 내어줄 게 없어도 기다림의 눈빛이 그득 담겨 있다.

오늘은 정신이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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