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넓은 세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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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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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최현성 <용암동산교회 담임목사>

올해 충북광화원에서는 평생을 보호받으며 생활해야 하는 중증장애를 가진 소망원 친구들에게는 '중증시각장애인의 정서지원과 넓은 세상 구경을 위한 제주도 문화체험'과 생활시설인 광화원 친구들에게는 '시각장애인의 넓은 세상보기-고구려 역사 탐방 및 백두산 기행'을 기획하고 진행하던 중 중국 백두산을 내려오다 차량 사고로 많은 이들에게 놀람과 아픔을 주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차량전복으로 돌아가신 고인과 유가족들, 부상자들, 함께했던 모든 분들에게 충북광화원 대표이사로서 마음 깊은 곳에서 온 맘을 다해 위로의 말을 전한다.

사고 후 많은 시민의 위로의 말, 관계되는 많은 기관의 방문과 격려가 매우 감사하고 고마워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을 적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 이것이 정이고, 사랑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 함을 고백해 본다.

많은 이들이 위로하고, 격려했지만 몇몇 사람들에게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백두산이냐?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문화체험이냐?"라는 가슴 아픈 말을 들으며 "우리 사회 속에 장애에 대한 편견과 관념이 많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전에 맹학교에서 5년간 중·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끔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목사님, 우리 밖에 구경가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어디 가고 싶은데?"하고 묻는다. 그러면 우암산 순환도로, 벚꽃구경, 명암저수지 등 1시간 내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을 나열한다.

학생들을 차에 태워 밖으로 나가 차에서 내려 먼 산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학생들이 그럴듯하게 말한다. "아! 좋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데 뭐가 그렇게 좋은데"하고 말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나무냄새가 좋고, 가슴으로 느끼는 바람이 좋고, 신선한 공기를 맡음이 좋고…." 좋은 점을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 그들을 보고, 나의 잘못된 생각과 편견을 부는 바람에 날려 보냈던 기억이 있다.

살다보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때가 많다.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있고, 마음으로 느껴 볼 수도 있고, 코로 냄새를 맡아 볼 수도 있고, 귀로 소리를 들어 볼 수도 있다. 눈으로 보지 못하지만 가슴으로 보는 것이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 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며칠 전 시각장애인이 바리스타 교육을 마치고 커피전문점을 연다는 기사를 보았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배울 기회가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바리스타 교육도 이수하고, 커피전문점에서 일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다"는 말을 듣고, "시각장애인이 끓인 커피 맛은 어떨까?"하는 생각과 배울 기회가 없었음에도 이겨낸 장애인의 잠재적인 능력과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배울 기회가 주어지지 못한 안타까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각장애도 마찬가지이다. "볼 수 없는데 왜 백두산을 가느냐?"는 말 한마디가 그들의 삶의 영역을 축소시키고, 위축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행사가 사고로 인해 아픔은 있었지만 주변에 장애인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비록 시각의 장애는 있지만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음의 눈으로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또한 올바른 자아형성과 발전을 이루기 위한 아주 선하고, 의로운 행사였음을 되새기면서, 계속적으로 이런 현장의 체험을 이어나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이번 사고를 접하며 마음으로 모아 주었던 고마운 분들, 찾아와 격려해 주었던 감사한 분들,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행동이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웃음을 나누어 주는 것임을 확신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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