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형 아닌 무균질이어야 한다
대권형 아닌 무균질이어야 한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0.08.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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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대권형'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 절차를 넘지 못한 것이다.

김 전 후보자는 이로써 역대 국무총리 후보자 중 서리를 포함해 8번째 중도하차한 후보가 됐으며, 2000년 6월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이후로는 장상씨와 장대환씨에 이어 3번째 국회청문회를 넘지 못한 장본인이 됐다.

지난 2000년 여당인 민주당이 허위사실 등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대해선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야당인 한나라당은 강력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현재의 인사청문회법이 탄생됐다.

이렇게 제정된 인사청문회법으로 인해 국회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 첫 번째 총리 후보자는 장상 총리 서리였다. 2002년 7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 후보라며 내세운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도 결국 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서리'에서 그치고 말았다.

이어 총리 후보자로 내세운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 역시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청문회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니까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김태호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를 넘지 못한 3번째 비운의 주인공이 되면서 이명박 정부 첫 낙마 총리 후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차세대 대권주자로 불려지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대권형' 국무총리 후보자 김태호씨는 이명박 정부의 '8.8 개각' 파격 인사의 주인공으로 대한민국 헌정 사상 다섯 번째 40대 젊은 총리가 될 뻔했다.

1971년 김종필 전 총리가 45살의 나이로 11대 총리에 오른 지 39년만에 40대 총리 탄생을 눈앞에 두고 그는 끝내 하차하고 말았다.

당초 그는 도지사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됐고 청와대가 오랜 기간 인사 검증을 한 인물이어서 비교적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도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역대 장상 총리 서리와 장대환 후보자가 발목이 잡혔던 위장전입 정도는 술렁술렁 넘어간 이번 헐렁한 청문회를 그는 왜 넘지 못했을까. 위장전입이 명백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마디로 끝날 수 있는 그런 청문회에서 말이다.

여러 요인 중 하나는 그가 '대권형'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관리형' 정도였으면 통과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야당의 공세는 당연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날카로운 공격이 쏟아졌던 것을 보면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야당에서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함께 '스폰서' 의혹, 선거비용 10억원 대출, 부인의 뇌물수수, 불투명한 금전 거래와 재산관리 문제 등을 고리로 파상공세를 폈다. 까면 깔수록 나온다는 양파론이었다. 사퇴하지 않으면 마지막 급소를 찌를 핵심사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으름짱을 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를 엄호하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착오가 너무 많다", "정직하지 못하다" 등의 질타가 쏟아져 나오게 된다. '김태호 불가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물론 큰 이유는 그에게서 등을 돌린 여론이지만 그가 그토록 정을 맞게된 것은 '대권형'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정을 돌보는 데 심혈을 기울여할 총리가 대권욕에 빠져 있으면 나라가 걱정된다는 국민들의 우려와 함께 그를 견제하려는 정치권의 성동격서(聲東擊西) 격의 흔들기가 맞아떨어졌다는 것.

늦어도 추석 이전에는 청와대가 총리 후보를 인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는 '젊은 피'나 '대권형'보다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 찾아내 치국할 줄 아는 '무균질 후보'를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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