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짜석유 근절 의지 있나
정부, 가짜석유 근절 의지 있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08.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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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가짜 석유를 파는 주유소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태를 보면 '기고만장'이다. 올해 들어 24일 현재 충청권에서만 벌써 70곳이 적발됐다. 충북이 35곳, 충남이 33, 대전이 12곳이다. 경기도에서도 60여 곳이나 적발되는 등 전국적으로 300여 곳이 한국석유관리원의 단속에 걸려들어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사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기가 막힌 건 한 주유소가 단속에 한 번 걸려놓고 또다시 버젓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충남 천안에서는 3곳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사이 두 차례나 유사석유를 팔다가 가중 처벌을 받았다.

이 중 한 곳은 지난해 3000만원, 올해 4000만원의 과징금을 내고도 지금 주유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한 곳도 지난해 두 차례나 사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올해 버젓이 또 영업을 하고 있다.

이 '뻔뻔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순전히 우리 법의 허술함 때문이다. 유사석유 판매업소의 단속과 처벌을 규정한 현행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사업법'은 주유소 업자가 유사석유를 판매했을 경우 과징금이나 사업정지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다. 경유 또는 휘발유에 등유를 섞어 팔 경우 1차 적발 시 4000만원 과징금 또는 사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리고, 2차 적발 때엔 6000만원 과징금 또는 4개월 사업정지 처분을 내린다. 이보다 더 나쁜 행위인 경유 또는 휘발유에 용제를 섞어 판 경우엔 1차 과징금 5000만원 또는 사업정지 3개월, 1차 7500만원 또는 6개월 처분이 내려진다. 문제는 같은 업자가 한 곳에서 1년간 세 차례만 적발되지 않으면 그곳에서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은 12개월 이내에 3차례 적발된 경우에만 해당 장소에서 6개월만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놓고 있다. 즉 첫 번째 단속에 걸리고 난 뒤 13개월째에 세 번째 같은 행위로 적발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첫 번째 단속에 걸린 것과 같은 처벌만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 유사석유 판매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1년에 두 번 걸려 과징금을 두 차례에 1억원을 낸 업소가 실제 가짜 석유를 팔아 같은 기간에 3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면 과징금을 내고도 고스란히 2억원을 벌게 된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정부나 국회는 이 법을 고치는 데 꿈쩍도 않고 있다. 주유소 출신 국회의원이라도 있는지.

지자체나 정부도 유사석유 판매업소에 대한 정보 공개에 인색하다. 이들은 멀쩡한 자동차의 엔진을 망가뜨리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사기꾼이나 다름없는 저급하고 몰염치한 수법으로 부당이득까지 챙긴다. 그런데도 인터넷에 사업정지 기간에만 유사석유 판매행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뿐, 기간이 지나면 이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마음 같아서는 업소마다 '이 주유소는 가짜 석유 판매하다 적발됐으니 욕이나 해주고 갑시다'라고 쓰인 대문짝만한 팻말을 세워놓게 하고 싶은데. 차제에 기름 값도 내렸으면 좋겠다. 휘발유나 석유에 붙는 세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얘긴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다.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붙어 기름 값 중 세금이 절반을 넘는다. 생산직 종사자의 평균 연봉이 7000만원대 이상이라는 정유회사들의 잇속 챙기기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비싼 기름 값 때문에 리터당 10원이라도 싼 곳 찾아다니다 가짜 석유 넣고 씁쓸해하는 서민·중산층의 비애, 이젠 뭔가 대책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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