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해외 첫 나들이가…
시각장애인의 해외 첫 나들이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0.08.24 2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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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 첫 나들이에 나섰던 시각장애인인 충북광화원 원생들이 백두산 탐방길에 올랐다가 버스가 전복되는 참변을 당했다.

지난달 중순쯤 방문한 충북광화원에선 백두산 탐방길에 오르기 전 오리엔테이션이 한창이었다. 당시 광화원 원생은 물론 직원들도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월부터 자료수집과 원생들의 꼼꼼한 건강검진까지 직원들은 원생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느끼게 하고 싶어했다. 없는 예산 쪼개고 부족한 예산 마련을 위해 직원들은 후원 배가 운동까지 벌여가며 경비를 마련했다. 부족한 예산 때문인지 당초 60명으로 계획했던 인원은 39명으로 축소됐다.

이런 눈물겨운 과정을 알리 없는 뭇 사람들은 "안 보이는 사람들이 무슨 백두산 구경이냐", "해외 여행을 왜 가서 사고를 당하냐"는 식으로 속 모르는 말을 내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말한다. 비록 시각장애인이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볼 수 있는 기회나마 주는 것이 사치인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후원회장을 맡아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닌 손광섭 광진건설 회장은 만날 때마다 내게 하는 말이 있었다. "비록 이들이 볼 수 없지만 공기로 바람으로 천지를 느끼고 만질 수 있다는데 후원을 안 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이번 여행을 발판삼아 정기적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광화원 측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상태다. 특히 이번 사고로 광화원 이미지는 물론 가뜩이나 부족한 후원의 손길이 끊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함께 말이다. 세상엔 따듯한 손길이 많다. 사고차량에 탑승한 원생들이 항공편을 못 구해 소식을 접한 아시아나 항공 측이 항공편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처럼. 광화원생들이 돌아오면 따듯한 손길로 그들을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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