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면-참교육칼럼-이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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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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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잔뜩 기대하고 기다리던 어린이날이다.

으레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무언가 하나쯤 받아야 하고 부모들은 자녀들을 실망시키지 않을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날이다.

어린이날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아이들을 위해 여러모로 애쓰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1회성 행사에 머물고, 어린이날을 기회로 여기는 상술이 전부여서 대개 알맹이가 빠진 겉치레에 불과하다.

어린이날은 어른들이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성년이 되기까지 모든 면에서 사회적 약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 왔다.

1957년에 공포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헌장은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는 조항이 보여주듯이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었고, 이후 개정하여 1988년 제66회 어린이날을 기하여 공포한 제2의 어린이헌장도 피상적인 내용이 구체화되었지만 여전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198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적극적인 인권의 향유주체로 인식하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른과 아이라는 관계의 높낮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완전하고 동등한 인격체로서 인정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부속물로 여기고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부모가 많고, 아동인권은 뒤에 두더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것조차 익숙지 못한 어른이 많은 현실에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서 권리의 향유주체로 인정하였듯이 단순한 권리주체에서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 될 것으로 본다.

사실 이미 오래전 어린이를 완전한 인격체로 존중할 것을 선언한 역사가 있다.

1923년 5월 1일은 어린이날 최초의 역사이자 ‘어린이 선언문’을 공포한 날이다.

색동회를 중심으로 소파 방정환 외 8명이 공포한 ‘어린이 선언문’은 어린이를 완전한 인격체로 선언했다.

선언문 중 어른들에게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등이 그것이다.

이에 더해 어린이들에게도 인격체로서 갖추어야 할 것을 밝히기도 하였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어른이 뿌리라 하면 어린이는 싹입니다.

뿌리가 근본이라고 위에 올라 앉아 싹을 나려 누르면 그 나무는 죽어버립니다.

’선언문 말미에 밝힌 내용이다.

물질적 풍요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는 일에 하루를 애쓰기보다 늘 동등하고 완전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계기로 삼는 어린이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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