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參禪)
참선(參禪)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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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전 (청원 석문사 주지스님)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꽃을 드신 까닭은?

옛날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설법할 때 꽃 한 송이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셨다. 그때 그곳에 모인 수많은 대중들은 아무도 그 뜻을 몰라 묵묵히 말이 없었는데 오직 가섭존자만이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에 세존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있는 정법안장 열반묘심 모양 없는 실상의 미묘한 법을 교(敎) 밖에 따로이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

선(禪)은 영 축산의 한 법회에서 부처님이 꽃을 들어보이자 가섭존자가 미소를 지은 뜻 깊은 기연에서 비롯되는데 이를 '염화미소'라고 하며 훗날 선종에서 주장하는 선의 유래가 되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불교사적인 관점에서 선의 원류를 살펴보면 초기 불교의 선은 사념처 법에 의거한 사마타와 위 바사나 수행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천 오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남아 일대의 남방의 선은 전통적인 방법에 근거한 위 바사나 수행이 주된 수행법이다. 하지만 남방과 달리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은 동북아시아의 북방의 선은 '일체중생 실유불성'에 근거하여 중생의 마음 가운데 있는 불성을 자각케 하는 선수행법이 계발되었는데, 이 선법을 확립시킨 것이 바로 중국 선종의 조사선인 것이다.

보리달마를 초조로 하는 중국의 조사선은 육조 혜능 이후 선문답을 통해 자성을 곧장 깨닫는 방법인 돈오(頓悟)를 중시하며, '마음이 곧 부처'라는 중심테마와 함께 선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선종을 하나의 종파로 정착시켰다.

교종에 비해 현세적인 성격이 강한 선종은 점차로 오가칠종으로 세력을 확장시키면서 당대에 걸쳐 널리 선을 흥성시키다 송대에 이르러 차츰 쇠퇴하여 조동종 계통의 묵조선과 임제종 계통의 간화선으로 양분하게 되는데, 이 중 후자는 고려 이후 우리 선불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자성을 밝히는 수단으로 공안(화두)을 참구하는 특성을 지닌 간화선은 좌선으로 고요함에 머무는 선의 병폐를 비판하고 행주좌와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매순간 선을 참구하는 일용선(日用禪)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활발한 임제가풍으로 승속을 떠나 시대를 초월하여 폭넓게 보급되어 오늘날까지 그 전통적인 선법을 이어오고 있다.

선은 무엇보다 현재를 중요시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바로 이 순간의 마음이 깨어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인식작용의 미혹을 걷어내어 번뇌 속에 감춰진 깨달음의 지혜를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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