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백목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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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을 먹고 형들과 놀고 있던 막내가 내게 오더니 귀엣말로 소곤소곤 한다.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엄마는 귀가 간질간질 할 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어, 뭐라고. 다시 말해 볼래”하고 말하니 씨익 웃으며 다시 귀에 대고 “작은 생물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되요”하고 이야기 한다.

“유치원에서 알리는 말이구나”하며 눈을 마주치고 웃어보였다.

“나, 잘했지”하고 말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얼마 전 생태교육연구소 ‘터’ 자연안내자 양성교육에서 ‘곤충의 사생활 엿보기’의 저자이신 김정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영상으로 보는 곤충의 생활에 대한 강의였는데,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곤충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내게 곤충은 생소하고 벌레라는 선입견과 징그러움 때문에 가까이 눈여겨보지 않는 대상이었다.

들꽃과 나무처럼 자연의 일부로 저마다의 특징과 얼굴을 갖고 있지만, 나의 선입견은 작고 조그마한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먼발치서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는 정도로밖에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식물 뿐 아니라 작은 곤충 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만져보고, 냄새맡아 보고 자세히 살펴보는 자연안내자 선생님들을 보며 작은 생물이라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고 거부감을 떨쳐버리는 일이 제일 먼저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날의 강의에서 김정환님은 “곤충을 작고 하찮게 보면 안 된다.

곤충을 우리만큼 크다고 생각하거나 우리가 곤충만큼 작다고 생각하고 관찰하면 그네들의 생활도 인간세상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강의 시간에 보았던 영상 중에서 기억에 남는 곤충들의 생활을 몇 가지 소개하겠다.

개미지옥은 큰 턱을 벌리고 먹이가 함정에 빠지기를 기다리며 모래 속에 숨어 있다.

함정인 줄 모르고 지나가던 일본왕개미가 개미지옥의 함정에 빠진다.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깊이 미끄러지는데 페르몬을 풍겨 동료 개미들에게 살려달라고 알린다.

그러면 개미들도 동료 개미를 구하러 함정으로 들어간다.

물에 빠진 동료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 사람처럼 위험에 빠진 동료 개미를 구하러 들어가는 일본왕개미의 사회적 행동은 인간세상의 사회성을 보는 감동을 준다.

개미와 진딧물은 공생관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느티나무알락진딧물과 고동털개미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것은 마치 인간이 젖소로부터 우유를 얻듯 개미는 진딧물로부터 감로를 짠다.

이들 개미와 진딧물을 관찰해보면 그것은 인간이 식량을 얻기 위해 소나 양, 돼지 등의 가축을 보호하며 우리를 만들고 사육하는 것처럼 느티나무알락진딧물은 고동털개미에 의해 사육되고 보호받고 있는 가축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멸종위기에 있는 왕소똥구리는 풀을 먹는 소의 똥을 먹이로 동그랗게 뭉친다.

동그라미는 굴려서 움직이기 쉽고, 잘마르지 않고 많이 뭉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먹이로 쓰기 위해 열심히 굴리고 가던 왕소똥구리 앞에 강도 왕소똥구리가 나타나서 반을 뚝 떼어간다.

힘없는 주인은 순순히 내어주고 다시 뭉쳐서 제 갈 길을 간다.

쉽게 남의 것을 얻은 강도 왕소똥구리는 엉성하게 뭉쳐서 가다가 언덕에서 미끄러져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리는 것이 인간사와 똑같다고 생각하며 웃음 지었다.

또 한가지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많이 잡아먹어서 농작물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무당벌레 애벌레의 등에 있는 가시는 자신을 공격하는 동료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라고 한다.

동족살육이 벌어지는 시기는 먹이가 부족한 초가을에 일어난다.

등의 가시를 피해 배를 공격해서 잡아먹는다.

적혈구가 없어서 노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동료를 제 배를 채우기 위해 잡아먹는다.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동료를 잡아먹고 번데기에서 깨어나던 애벌레는 우화에 실패하여 죽는다.

수많은 곤충과 풀, 꽃 한송이라도 쓸모없는 것이 없고, 신비로운 자연인 것을 이해하고 느끼며 살아야겠다.

“곤충은 인간의 눈이 아니라 곤충의 눈으로 바라보아야만 그들을 이해 할 수 있다”는 말처럼 징그럽고 싫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함께 공존하며 살아야 함을 느끼며 그들의 눈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글쓰기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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