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55>
궁보무사 <55>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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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근장의 분노

“성주님, 그러나 참으셔야만 합니다.

감정이 나는 대로 계속 맞대응 하다가는 한벌성이고 저의 팔결성이고 도저히 살아남지 못할 것이옵니다.

”신하 창리가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오근장 성주를 달래느라고 무진 애를 썼다.

그의 아들 오동동 역시 팔결성의 종묘사직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꾹꾹 참는 수밖에 없음을 누누이 강조하였다.

한편 한벌성의 신하들 역시 더 이상 팔결성과 쓸데없는 다툼을 벌여서는 아니된다며 성주를 설득시켰다.

“성주님, 주위의 성들은 우리 한벌성과 팔결성이 머리가 깨지고 터지도록 서로 싸워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지만, 이건 절대로 아니될 일이옵니다.

”“성주님, 제발 참으십시오. 이렇게 감정적으로 계속 나가다간 똑같이 망하고 맙니다.

어차피 이런 일은 시간이 지나게 되면 모두다 깨끗이 해결되고 말겠지요. 그리고 저 팔결성 안에는 우리 부용아씨께서 낳아놓은 예쁜 아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음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외손자분을 보셔서라도 명분이 없고 실익(實益)도 별로 없는 싸움은 이제 그만 멈추어야 합니다.

”결국 한벌성주와 팔결성주는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더 이상 불필요한 다툼을 벌이지 않기로 서로 약속을 했다.

이렇게 해서 두 성 사이의 어색한 평화는 외견상으로 한 2년 정도 지속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혀 뜻하지도 않은 일이 터지고 말았다.

팔결성에서 자라고 있는 부용아씨의 어린 아들이 그동안 시름시름 앓고 있다가 갑자기 급사(急死)를 하고만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용아씨는 곡기(穀氣)를 끊고 머리를 풀어 산발한 채 두 주먹으로 땅을 쳐가며 몇 날 며칠간을 엉엉 울어댔다.

“엉, 엉……. 아이고, 아이고! 내가 어떻게 해서 낳은 자식인데! 아이고, 내가 제대로 젖도 빨려보지 못했는데! 불쌍해라! 불쌍해라 내 새끼!”제 3자인 남들이 보기에도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찡해질 정도로 부용아씨는 몹시 서럽고 원통하게 통곡하였다.

그러나 부용아씨의 아들, 즉, 오근장의 아들 죽음에 대하여 팔결성 사람들과 한벌성 사람들의 견해는 제각각 너무 달랐다.

팔결성 사람들은 저마다 모여 수군수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제 어미라는 게 구멍 간수를 잘못해서 친정으로 쫓겨 갈 때에 자기 아들을 맨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으니 안 아프고 배기겠나? 이제까지 살아있어 준 것만 해도 다행이지.’그 반면 한벌성 사람들은,‘아무리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어미가 자기 친자식을 땅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칠 수 있단 말인가. 혹시라도 자기가 없는 곳에서 아이가 자기 때문에 구박을 받고 설움을 받지는 않을까해서 동정을 사게끔 일부러 살짝 내던졌겠지. 다른 곳도 아닌 강물 바닥이라면 그다지 크게 다칠 수도 없는 것 아니야? 어쩌면 그 아기가 병(病)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나중에 자기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빼앗기게 될까 두려워한 이복형제(異腹兄弟)들이 농간을 피워서 그렇게 된 것인지도 몰라.’하면서 당연히 성주의 딸 부용아씨의 입장을 옹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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