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59>
궁보무사 <5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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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용아씨의 복수

어쨌든 율량은 담대한 성격을 지닌 자를 이들 가운데 성공적으로 두 명 추려내긴 했지만, 그러나 한가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침착하고도 담대한 성격으로 보거나 완력으로 보거나 오근장 성주에게 다가가서 직접 칼로 찔러 죽일 수 있는 일을 해낼 만한 자로는 30대 중반의 사내가 적격이긴 한데, 그는 외견상 눈이 너무 작고 입술이 두꺼우며 이마가 튀어나와 있는 등 한마디로 너무 못생겼다.

이렇게 외견상으로 못 생겼거나 별난 특징을 지닌 자는 남들 눈에 쉽게 뜨이게 되고, 따라서 이런 중요한 거사(巨事)를 행하는 데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 반면, 잔뜩 물이 올라있는 예쁜 처녀처럼 피부가 곱고 야리야리하게 생겨먹은 20대 초반의 사내는 기골이 장대한 오근장 성주를 직접 상대하여 칼로 찌르기에는 너무나 나약하게 보인다.

이 두 사람을 놓고 이리저리 한참 고민을 하던 율량은 결국 이번 거사에 여자 같이 생겨 먹은 사내를 택하기로 마침내 결정하였다.

“어머머! 적어도 오근장 성주를 죽이러 갈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사람이어야지, 저렇게 보기에도 나약하게 생겨먹은 사람이 대체 뭘 하겠어요. 대충 보아하니 오근장 앞에 가서 죽이고자 칼을 빼어들기는커녕 겁이 바짝 나서 오줌부터 지리겠네요.”부용아씨는 율량이 데리고 온 20대 초반의 사내를 보자마자 적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이렇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참새가 작아도 알을 잘 낳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자가 비록 여자처럼 약해 보이고, 상대를 제압시킬만한 완력도 갖고 있지는 않다만, 팔결성주에 대해 사무친 원한을 품고 있고 게다가 남달리 담대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 기회만 제대로 잡는다면 틀림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용아씨는 율량의 이런 설명에도 여전히 시답잖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율량은 하는 수 없이 부용아씨가 바로 쳐다보고 있는 자리에서 그를 죄인 문초하듯이 한 번 더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네 이름이 뭐냐?”“양지라고 부릅니다.

”자기 이름과는 전혀 달리 얼굴 전체에 밝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이는 예쁘장한 사내가 또렷또렷한 말소리로 율량이 묻는 말에 공손히 대답해 나갔다.

“양지! 자네 윗대 할아버지 때부터 팔결성 안에서 농사를 지어가며 살아오던 아버지와 함께 네가 죽기 살기로 도망쳐 나와 우리 한벌성안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느냐?”“올해로 딱 십일 년쯤 되옵니다.

”“그때 무슨 일로해서 나이가 어린 네가 아버지와 함께 이곳으로 도망쳐 왔느냐. 혹시라도 팔결성 내에서 무슨 죄라도 지은 건 아니더냐?”“아닙니다.

저의 부자는 팔결성 내에서 죄를 지은 적이 결코 없었습니다.

” 양지는 율량의 물음에 강력히 부정하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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