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벌 공론화가 필요하다
학교체벌 공론화가 필요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8.04 2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한문시간에 한 학생을 지목해 그날 배울 단원을 읽어 보라고 하고 선생님은 판서하고 계셨다.

그 학생은 더듬거리며 몇 글자를 읽다가 "선생님, 못 읽겠는데요." 하며 책을 내려놓았다. 뒤를 돌아보신 선생님은 격앙된 표정으로 학생을 불러내 "너 지금 반항하는 거야!" 하시며 학생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구타는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기까지 계속되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만지던 학생을 선생님은 화가 덜 풀렸는지 교무실로 데리고 가 쉬는 시간 내내 마저 때렸다고 한다. 말투가 빚은 작은 오해가 그 학생에겐 씻지 못할 아픔이 되었다.

또 한 가지 사건은 토요일이 되면 담임선생은 자신의 교과목도 아닌데 반 학생들에게 영어단어 시험을 치르게 했다. 반 학생들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한 행동은 이해하지만, 문제는 목표 점수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불러내 틀린 개수만큼 친구의 뺨을 때리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친구의 뺨을 때리게 된 학생들은 툭툭 치는 정도로 마지못해 친구의 뺨을 때렸다. 그러면 선생은 "이렇게 때리란 말이야!" 하며 직접 학생의 뺨을 힘껏 때리며 시범을 보였다. 결국, 학생들은 친구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쳐야 했다.

'김홍도의 서당'이라는 그림을 보면 회초리로 학생의 종아리를 때리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쳐다보는 훈장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사랑의 매'와 인격적 모욕과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학생을 통제하고 순종시키는 효율적 측면만 놓고 보면 체벌의 효과는 상당하다. 그러나 도를 넘는 체벌로 인해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2학기부터 모든 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과 경남교육청 또한 "체벌 대신 학생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자기 책임을 확실히 질 수 있도록 교육에서 지원해야 하고 그래서 대체 프로그램 또는 학생들이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체벌 금지는 최소한의 '학생생활지도권'이 상실돼 '교육 포기'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교실이 통제되지 않아 교사의 수업권이 무력화되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를 막을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대부분이 체벌금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억에 남는 두 분 선생님은 아직도 교단에 계신다. 20여 년 전에나 있었던 과거의 병폐라면 좋을 텐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학생체벌로 인한 사회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에도 체벌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현재에도 있다. 똑같은 논리가 교권의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체벌의 유혹은 상존한다. 의사소통과 인내보다는 매 한 번 드는 것이 학생을 통솔하는 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언행이 불손한 학생을 대할 때면 체벌의 유혹은 더 커진다. 문제는 체벌의 효과가 일회성에 그치고 체벌을 하는 선생이나 당하는 학생이나 관성처럼 때리고 맞는 것에 대해 익숙해져 습관처럼 굳어진다는 것이다. 맞고 말면 그만이라는 학생에게 체벌을 통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더는 미룰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인권의 기본적 가치를 교육하고 교육주체들이 체벌을 대신할 대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사회적으로 체벌의 효용성에 대한 공론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