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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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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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냉장고에다바다를 냉동시킬 …
당신이 냉장고에다/바다를 냉동시킬 때는/가장 깊은 곳에서/길어 올린 한자락 푸른 살점을/썰지 않고 올려야만/수초(水草)의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하찮게 살아가는 풀잎들/싱싱한 냄새 하나로/온 바다를/바다같이 만들기 때문이다.

당신이 녹음기에다/바다를 담을 때는 가장 넓은 곳에서/펄펄 뛰는 물 오른 살점을/씻지 않고 넣어야만/비린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하찮게 살아가는 물고기들/벌거벗은 숨소리 하나로/온 바다를/바다 소리로 그득 채우기 때문이다.

-중략우리들은/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한자락 살점이거나/가장 넓은 곳에서 살아 뛰는/피 배인 살점이었다.

-시집 ‘바다는 언제 잠드는가’(청하) 중에서<감상노트 designtimesp=588>냉장고에서 숨죽이고 얼어 있는 생선을 본다.

(그래도 生鮮이라니?) 어느 바다에서 살아 해초의 냄새와 음성을 간직한 인연인가. 깊은 바다를 쟁여놓고 쌀밥과 짝을이루어 밥상이 되는, 그 순한 살점들. 부끄럽다, 나는 그들처럼 깊고 넓은 고향의 그윽한 눈물을 갖지 못했다.

나 또한 피 배인 살점이라서, 바다를 통째로 마셔 나를 이루는구나. 헌책방에서 그대를 오백원에 만났다, 시인 선장이여! 그대의 죽음을 오늘에야 듣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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